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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 논란…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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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최웅 인턴기자]27일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니 삭막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단지 내를 지나는 주민들은 무표정했다. 주민들에게 최근 이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경비실 에어컨 설치 갈등과 관련해 물으니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 아파트 단지는 지난달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경비실, 관리사무소 등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단지를 24시간 경비하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경비원들에게 처우개선을 해 주자는 차원이었다. 지난 21일 열린 입주자대표회의에선 에어컨 설치 공사 업체를 선정하고 관련 예산을 집행하기로 의결했다.
'경비실 에어컨 설치 반대' 벽보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경비실 에어컨 설치 반대' 벽보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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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입주자대표회의 결과를 단지 내에 공고하자 반대여론이 등장했다.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막으려는 전단지와 벽보가 등장한 것이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일부 주민이 여러 근거를 들어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고 나섰다. 벽보 작성자는 에어컨 설치에 반대하는 이유로 5가지를 제시했다. 매달 관리비가 죽을 때까지 올라간다는 것을 우선 근거로 들었고, 공기 오염과 이로 인한 수명 단축이 된다고도 했다. 또 지구가 뜨거워지면 짜증이 나서 주민화합 관계가 파괴되고 이곳 단지보다 더 큰 아파트에서도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전단지와 벽보를 찍은 사진이 올라오면서 네티즌들은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이기적이다” “근거가 터무니없다”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이날 이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찬반 의견이 여전히 엇갈렸다. 30대 남성 주민은 “찬성에 표를 던졌다”며 “도의적으로 당연히 할 수 있는 지원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주민도 “나도 찬성이었다. 투표했을 때만 해도 찬성이 압도적이었다”고 했다.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 의견은 반대쪽으로 기울었다. 한 60대 여성 주민은 “투표 때 나는 반대의사를 표명했다”며 “공동 관리비로 부담해야 하는 전기 요금이 경제적으로 부담된다. 당장 우리 집에도 에어컨이 없는데 왜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데 내 돈을 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파트 단지 내 벤치에 앉아 쉬던 70대 할머니 A씨도 “투표하는 줄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면서 “평수도 작은 서민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옆에 있던 동년배의 B 할머니도 “정작 입주자들도 에어컨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경로당에서 얘기해보면 우리 또래들은 대부분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말한 투표는 지난달에 일주일가량 진행된 투표를 말한다. 경비실 앞에 찬반 투표용지를 두고 주민들이 직접 찬성 또는 반대 의사를 동그라미와 엑스표시로 밝히는 절차였다. 이때 투표 결과 찬성 의견이 더 많아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했던 것이다.

일부 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성률이 높았기 때문에 에어컨 설치는 현재 진행 중이다. 관리사무소 측은 이달 말까지 설치 공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부터 에어컨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비원들은 말을 아꼈다. 자신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 주려는 주민들과 이에 반대하는 주민 사이에 갈등이 생긴 것에 대한 미안함이 말과 표정에서 묻어났다. 이 아파트의 한 경비원은 “우리가 어떤 말을 해도 사람들이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왜곡해서 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최웅 인턴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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