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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그늘③]"학폭위 기록이 갈등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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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한 징계도 기록 남자 '무조건 발뺌' 급증
사전 조정·화해 절차 등 교육적 해결방안도 필요


[학교폭력의 그늘③]"학폭위 기록이 갈등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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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이모(경기도 분당) 씨는 중학생 아들이 같은 학교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맞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고 학교를 찾아가 항의한 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교장은 이씨 아들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일단 가해학생 학부모를 한번 만나보라며 자리를 마련했다. 가해학생 부모는 이씨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는 한번만 선처해 달라 호소했다. 아직 어린 아이인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이 남으면 어쩌냐고 간곡히 부탁하는 상대 학부모의 말에 이씨도 마음이 누그러진 사이 결국 학폭위는 열리지 못한 채 사과로 마무리됐다.
수련회에서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 사이에 벌어진 학교폭력 사안을 학교 측이 무마하려 한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폭력이라는 법적 개념이 설정되는 순간 학교에서 나타나는 학생들 간의 모든 갈등이 폭력으로 규정되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다. 무조건적인 기록과 처벌보다는 대화와 화해 등 사전 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생부에 기록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조 교육감은 "학교폭력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이 학생들의 일탈 현상을 축소하는 효과가 있지만 학년이 올라가도 계속 남아 있다 보니 왜곡효과, 낙인효과도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에 따라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는 전담기구를 꾸려 사안을 조사하고 평가하게 된다.

학폭위가 가해학생에게 내릴 수 있는 징계처분은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1호)부터 퇴학(9호)까지 9단계로 규정돼 있다. 이 처분은 모두 학생부에 기재하게 된다.

하지만 1호(서면사과)와 2호(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3호(학교에서의 봉사), 7호(학급교체)의 경우 학교 졸업과 동시에 학생부 기록에서 삭제된다. 또 4호(사회봉사)와 5호(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출석정지), 8호(전학) 처분은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에 따라 학폭위에서 졸업과 동시에 기록 삭제 여부를 결정한다.

가해학생이 졸업할 때 학교폭력 처분결과가 삭제되지 않으면 졸업한지 2년 후에 기록이 지워지며 9호(퇴학처분)만 학생부 기록이 영구 보존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에 따른 처분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되, 비교적 사안이 경미한 1~3호 처분의 경우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고 학교 내에서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개선하자는 것이 조 교육감의 제안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학폭위에서 무조건 1~3호에 해당하는 처분만 받으려 애쓰는 등 또다른 은폐나 축소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전 조정이나 화해 프로그램을 학폭법의 공식 절차에 포함하거나 학생들 사이에 대화와 화해를 유도하는 '또래 조정' 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

전수민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형법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 검사가 죄를 입증을 해야 반면 학폭법에서는 일단 가해자로 지목되면 스스로가 폭력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다 보니 가해자가 절대 먼저 사과를 하지 않고, 오히려 본인이 먼저 학폭위를 신청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학폭 관련 제도와 절차에 대한 중간점검과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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