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지난 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북한 강원도 금강군 일대에서 출발했으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골프장 뿐만 아니라 전방지역 침투로 개설을 위한 촬영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무인기에는 국산제품도 일부 사용된 것으로 확인돼 군 당국이 수입경로를 추적중이다.
21일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의 무인기는 강원도 금강군 일대에서 발진했다. 군당국은 지난 5월 비무장지대에서 약 8㎞ 떨어진 강원도 금강군에 짧은 활주로, 차량주행 훈련장 등으로 구성된 북한군 훈련시설이 조성된 곳이어서 추가적인 무인기 발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인기 목적은 ‘첩보’= 군당국은 사진 분석결과 강원도에 배치된 일부 포병부대와 레이더부대 상공사진은 물론 야산을 중점적으로 찍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이 침투로 개설을 위한 첩보수집차원 촬영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기체에 장착된 카메라 메모리에 저장된 사진 551장이 보여준 비행경로와도 일치했다. 이 가운데 사드 기지를 촬영한 사진은 10여장이었다. 무인기의 전체 비행시간은 5시간 30여분, 비행 거리는 490여㎞로 파악됐다. 무인기가 이륙한 시점은 주한미군이 사드 기지에 사격통제용 레이더, 발사대 2기, 교전통제소 등 핵심 장비를 반입한 지 불과 6일이 지난 시점이다. 북한이 사드 장비의 배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무인기를 날려 보낸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무인기 무게는 남은 연료 1.3ℓ를 포함해 13㎏이었다. 전체 길이는 1.85m, 날개폭은 2.86m로, 백령도 무인기(날개폭 2.46m)보다 조금 컸다. 기체는 백령도 무인기와 같이 '폼 코어'와 유리섬유의 적층 구조였다.
▲한국 부품도 사용했다 = 날개 조종면을 움직이는 '서보 구동기'는 백령도 무인기와 유사한 것으로, 한국제품으로 파악됐다. 국내 중소기업인 하이텍스사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카메라는 일본 소니사의 'A7R' 기종으로, '35㎜ f2.8 렌즈'를 장착했다. 비행조종 컴퓨터의 명령에 따라 적외선 리모컨 신호를 통해 셔터가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활주로나발사대에서 이륙하고 낙하산을 펼쳐 착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낙하산은 꼬리날개 바로 앞부분에 장착돼 착륙 직전 펼쳐지게 돼 있었다.
지난 2014년에 파주와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일본제 글로우((니트로메탄+메탄올+윤활유 혼합 연료) 2행정 엔진과 자이로센서, 스위스제 GPS 수신기, 일제 캐논 EOS 550D 카메라, 미국제 송수신기, 중국제 CPU 보드 등이 사용됐다. 군당국은 비행경로 검증을 위해 추가로 정밀조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왜 추락했나 = 엔진 성능 결함 탓이다. 이번 무인기는 지난 2014년 발견된 무인기보다 엔진성능은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ADD 관계자는 "엔진 비정상으로 인해 비행속도 저하 및 연료 과다 소모가 발생했다"며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5시간 30여분동안 490여㎞를 비행한 이 무인기의 평균 속도는 시속 90㎞, 고도는 2.4㎞였다. 하지만 회항도중 엔진에 이상이 생겼다. 속도가 시속 60㎞ 이하로 급격히 줄어 고도가 갑자기 낮아졌다가 높아지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즉, 엔진은 이륙한 지 약 11분 10초가 지나 목표 고도에 도달했고 수평 비행을 위해 엔진 출력 조절기(스로틀)를 60% 이하로 유지했지만, 점차 이를 높였고 이륙 이후 66분쯤 지난 시점에서는 최대 출력으로도 고도를 유지하지 못했다.
무인기에 장착된 비행조종 컴퓨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발진과 복귀 예정 지점인 북한 금강군 주변 8개의 항로점과 임무 비행경로상 18개의 항로점이 설정돼 있었다. 무인기 비행조종 컴퓨터에는 위치, 속도, 고도를 포함한 52개 항목이 0.2초 간격으로 기록돼 있었다. 컴퓨터에 저장된 비행 자료는 1시간 42분 분량이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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