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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란의 동네책방]이미지 과잉시대에 내면의 이미지 찾기

최종수정 2017.06.25 10:59 기사입력 2017.06.16 10:03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최근 카페인 증후군이란 신조어가 인터넷을 달궜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으로 인한 우울증이 아니다. 대중화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딴 '카·페·인' 우울증이다. SNS를 통해 행복한 타인의 일상을 탐하면서 본인은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회적 현상이 반영된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SNS에 올라오는 이미지가 삶의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의 사진에 공감 버튼을 누르고 댓글을 쓰다 보면 어느 새 이미지에 압도당해버리고 만다.

건축 비평가 이종건은 저서 '깊은 이미지'를 통해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소비주의적이고 가벼운 이미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SNS 중독 현상에 대해 사적 삶의 사회적 전시, 삶 전체를 전시 이미지로 여기는 노출증이라고 진단한다. 자신을 둘러싼 타자들과 자신의 삶을 차이 지으면서 그와 동시에 동일시하는, 무리지어 사는 사람들이 수행하는 차이와 동일성의 놀이일 뿐이라며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한다.

저자는 이미지 과잉 시대에 사유와 반성적 판단에 이르게 하는 내밀한 이미지를 찾기 위한 철학적 탐구를 시도한다. 뼈대는 칸트의 '판단력 비판'이다. 칸트가 주창한 '비판적 이성의 사용'에 천착해 이미지의 본질을 추적한다.

칸트는 깊은 이미지를 이해하기 위한 토대로 제시한 '미와 숭고'를 규정적 판단이 아니라 반성적 판단에 따른 사태, 즉 우리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사태로 설명한다. 비판적 이성의 능동성의 회복과 함양은 개별적 인간이 하나의 자율적 인격으로 실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는 깊은 이미지는 우리의 사람됨과 우리를 둘러싼 생활세계에 개입한다. 깊은 이미지는 우리의 내면을 건드리고 생각을 자극하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새삼 다르게 보도록 한다. 예술의 핵심과제는 깊은 이미지를 생산하는 데 있으며, 오늘날 이미지의 깊이를 재는 심급은 '지금 여기'의 세계를 구성하는 데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자본주의에 개입하는 정도에 따른다.

자본주의는 '주어져 있는 것'을 끝없이 새롭게 갱신함으로써 성장을 도모하는 반면 미와 숭고는 곧 '주어져 있지 않은' 사태가 야기하는 심미적 경험을 좇는다. 자본주의가 우리를 기존 모형 안에서 움직이도록 기존 상태에 묶어둔다면, 심미적 경험은 모형을 창안하도록 창조적으로 생각하도록 자극한다. 결국 미와 숭고는 우리를 근원적 사태로 거듭 돌아가게 해 예술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인간이란 무엇인지 묻게 하는 경지에 도달하게 만든다.

책 '깊은 이미지'는 틈틈이 일상의 습관적 이미지에서 탈피해 한 번쯤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독자에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우리 안에 잠재된 능력을 키워서 삶을 공정하게 꾸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저자가 이미 발간한 '공간'과 '시간'을 탐구한 저서 '시적 공간' '살아있는 시간'에 이어 3부작 시리즈의 완결판인 '깊은 이미지'까지 섭렵한다면 우리가 속해 있는 세계를 이해하는 깊은 눈을 가지게 될 것이다.

깊은 이미지/1만원
이종건 지음/궁리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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