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의 브라질, 거장의 산실 멕시코
우리 관객에게 처음으로 주목받은 남미 영화는 '나자리노(1974)'일 것이다. 아르헨티나 작품. 나자리노는 시골마을에 사는 늑대인간이다.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데 크리셀다라는 금발의 미녀와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악마가 크리셀다를 포기하면 늑대인간의 저주를 풀고 금은보화를 주겠다고 유혹한다. 나자리노는 끝내 사랑을 선택하고 비극을 맞는다.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아아아아~ 아아아아~'라는 코러스로 진행되는 배경음악은 들어봤을 것이다.
한국 영화와 아르헨티나 영화의 차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임수정과 이선균이 출연한 한국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원작은 아르헨티나 영화 '내 아내의 남자친구'다. 한국 버전은 일본에서 시작해 서울~강릉으로 이어지는 스케일이 큰 로케이션을 택했다. 아르헨티나 버전은 조그만 동네 한 곳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캐릭터의 직업과 연기스타일도 크게 차이가 난다. 이선균은 건축가지만 아르헨티나의 주인공은 작은 조명가게를 운영한다. 임수정이 사랑스러운 불평쟁이라면 아르헨티나 여주인공은 관객들이 짜증을 낼 캐릭터로 쌍욕을 입에 달고 산다. 한국의 카사노바 류승용은 펜트하우스에 사는 멋쟁이 부자, 아르헨티나의 카사노바는 대머리에 놀이공원에서 인형 탈을 쓰고 일하는 별 볼일 없는 시민이다. 한국 버전에서 남녀 주인공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재결합과정에서 지진이 중요한 장치로 기능하는 데 비해 아르헨티나 버전에서는 만남도 헤어짐도 재결합도 덤덤하고 자연스럽다. 두 영화 모두 자국 관객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450만 관객을 동원했고, 내 아내의 남자친구는 아르헨티나 박스오피스에서 7주간 1위를 지켰다.
▶브라질 액션영화=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브라질 영화 중 많은 수가 빈민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티 오브 갓(2002)'은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빈민가가 어떻게 형성됐고 어떻게 범죄의 소굴로 변해 가는지를 부스카페라는 인물의 성장기를 통해 보여준다. 영화는 빠른 리듬에 현란한 편집으로 잔인한 폭력장면들을 담아낸다. 브라질의 상황을 모르는 관객이 보기에는 잘 만든 액션영화 같겠지만 사실은 뼈아픈 현실이 한숨을 자아내는 픽션과 논픽션의 중간쯤에 있는 영화다. 어린 살인자, 죄책감 없이 폭력과 강간을 일삼는 인물들, 빈민가에서 태어나 슬럼가를 촬영함으로써 사진기자로 성공한 부스카페까지 모두 실존 인물이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리얼리티를 위해 빈민가 아이들 200명을 캐스팅해 장기간 연기를 가르쳤다고 한다.
▶거장의 산실, 멕시코 영화= 영화 '버드맨(2014)'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로 2년 연속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멕시코 출신이다. 그는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화제의 중심에 서곤 하는데, 모든 성공의 바탕에 멕시코에서 만든 첫 작품 '아모레스페로스(2000)'가 있다. 번역하면 '개 같은 사랑들'. 영화는 각기 다른 에피소드 세 개로 인물들의 얽히고설키는 관계 속에 드러나는 인간의 마음 속을 들여다본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옴니버스식 구성을 속도감 있게 전개해 러닝타임 2시간30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 상업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2013년 최고의 화제작 '그래비티(2013)'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도 멕시코 사람이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로 큰 흥행에 성공한 이 감독의 멕시코 초기작인 '이투마마(2001)'는 눈여겨봐야 할 작품이다. 열일곱 동갑내기 두 소년과 우연히 알게 된 한 유부녀가 존재하지도 않는 환상적인 해변을 찾아 여행하는 로드무비. 파격적인 내용과 19금 장면이 화제를 모았지만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기보다는 두 소년을 통해 멕시코 사회 자체의 성장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걸작이다. 이 외에 '퍼시픽림(2013)' '판의 미로(2006)' '헬보이(2004)' 등을 연출한 기예르모 델토로와 '황혼에서 새벽까지'시리즈를 연출한 로버트 로드리게즈 등을 기억해야 한다.
객원기자
■배연석은… 서울에서 태어나 열두 살에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 그곳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청년으로 자랐다. 팔레르모대학에서 광고학, TIS 방송전문대에서 연출ㆍ제작을 전공한 그는 2005년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어주나요?(Do U cry 4 me Argentina?)'를 제작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 작품은 부산, 토론토 영화제 등 여러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2006년에는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앞으로 아시아경제에 남미영화 소식을 기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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