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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수사권 조정에 들뜬 '경찰의 속도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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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천 본지 편집국 전문위원

박관천 본지 편집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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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경찰의 기(氣)가 살아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잇따라 자살골을 넣고 있으니 이번에는 기필코 수사권 조정이라는 오랜 숙원을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경찰 내부의 분위기다. 오랜 수사경험에 비춰 필자도 국민의 권리 보호와 검찰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차원에서 수사권 조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 22일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검찰의 '돈봉투 만찬'과 관련,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하자 곧바로 이철성 경찰청장이 수사의지를 표명했다. 이어 23일 경찰은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이 사건을 배당하면서 수사에 착수했고, 관련자 소환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전광석화 같은 고발사건 수사착수다. 국민 다수의 지탄을 받는 일에 대해 신속하게 의혹을 해결하려는 국민의 경찰다운 모습이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너무 세게 밟고 있다. 이복형이 미웠는데 아버지가 집에서 나가라 하니 동생이 냉큼 현관에 신발부터 챙겨 놓는 모양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법리적 다툼보다는 공소유지 검사에 대해 인신공격적 비난을 퍼붓던 변호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언제부터 경찰이 고발사건에 대해 이처럼 신속하게 실체적진실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대원칙 구현을 위해 노력하였는지 묻고 싶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지만, 많은 경찰 고위직들이 권력의 심기를 살피며 인사철이면 정치권을 기웃거리며 줄을 대려 했던 것도 사실이다. 경찰도 일방적으로 검찰을 비난할 수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수사권은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이 아니다. 국민이 국가기관에 위임한 권리를 자기 조직의 밥그릇으로 착각하면 주인은 그 그릇을 뺏어 버린다. 수십년전 경찰이 독점적 수사권을 잃게 된 이유도 부패권력에 붙어 국민을 핍박했던 '정치경찰' 때문이었다. 검찰이 '견찰'이라는 모진 비난을 듣는 작금의 사면초가(四面楚歌) 형국 역시 검찰 스스로의 자만이 초래한 결과다.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의지 표명으로 수사권 조정이라는 자동차가 고속도로에 나왔다. 속도를 만끽하다보면 사고가 나고, 최악의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규정속도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안전하다. 공자는 중용(中庸)을 매우 소중히 여겼고, 제자들에게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가르쳤다.

경찰은 작금의 현실에 대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인식보다 과유불급이 주는 교훈에 대해 신독(愼獨ㆍ홀로 있을 때 도리에 어긋나지 않고 언행을 삼가함)해야 할 시기다.

국민으로부터 수사권을 부여받았을 때 국민의 신뢰에 충실히 부합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자기반성과 준비가 필요하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국민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사권이 돼야 한다.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관천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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