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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의 청년 삶과 죽음 다룬 영화 '뚜르:내 인생 최고 4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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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20일 오후 3시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서 故 이윤혁씨 실화 다룬 영화 ‘뚜르:내 생애 최고의 49일’ 상영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체육교사를 꿈꾸던 평범한 23살의 청년에게 ‘결체조직 작은원형 세포암’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병이 찾아왔다.

전 세계적으로 200여명에게만 나타난 희귀암이란다. 3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세계 최대 사이클 대회인 ‘뚜르드프랑스’에 참가, 49일 동안 3500km를 한국인 최초로 완주해 낸 청년 고(故) 이윤혁씨의 이야기가 뜨겁게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양천구 신월5동에서 여느 청년과 다름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윤혁씨. 체육교사가 꿈이었고 운동을 좋아해서 보디빌딩, 스쿠버다이빙도 즐겨하던 청년이었다. 엄마에게 종종 꽃을 선물하고 사랑한다는 말도 서슴없이 하던 싹싹한 외아들이었다.

항상 밝을 것만 같았던 윤혁씨의 하늘은 군 복무 중이던 2006년 무너졌다. 이름조차 희귀한 ‘결체조직 작은원형 세포암’ 판정을 받은 것. 발견 당시 이미 말기여서 최대 3개월의 삶만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의사에게서 받았다. 그의 나이 고작 23세였다.
뚜르 영화 포스터

뚜르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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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3년간 10시간이 넘는 개복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고 머리카락이 다 빠졌으며, 구역질 때문에 물 한모금 조차 제대로 삼킬 수 없을 정도로 독한 항암치료를 26차례나 받으면서도 윤혁씨는 ‘살아야 된다’는 생각만 했다.

그 고통 속에서도 부모님 앞에선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던 굳센 아들. 오히려 전보다 더 많이 웃었다. 그래야 엄마가 울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단다. 부모님과 윤혁씨, 세 가족은 이를 악물고 오직 매순간 순간 ‘삶’에만 몰두했다.
그러던 2007년. 윤혁씨는 '1%의 희망' 저자 랜스 암스트롱을 만나게 된다. 랜스는 암을 극복하고 세계 최대 사이클 대회인 ‘뚜르드프랑스’에서 7연패 완주를 해낸 인물이었다.

고 윤혁씨 김성희씨는 당시의 아들이 얼마나 가슴 뛰어 했는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한다.

뚜르드프랑스 대회에 참가 결심을 한 윤혁씨에게 암이란 걸림돌 일 수 없었다. 건강한 사람도 감당하기 힘든 강도 높은 훈련을 진통제로 견뎌내며 그는 2009년 6월30일 프랑스로 떠난다. 일정을 함께 해 줄 9명의 ‘뚜르원정대’와 함께였다.

쉬운 길이었겠는가. 36℃를 넘나드는 숨 막히는 날씨에 10시간 이상을 좁은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분위기는 살벌해졌고 싸움도 일어났다. 포기하자는 스태프들 목소리가 높아갔다. 그런 분위기를 다독이며 농담으로 웃음을 주던 사람이 윤혁씨였다. 당시 함께했던 스태프 중 한명은 “목표지점에 가면 고기가 있다. 열심히 달리면 먹을 수 있다”는 윤혁이의 말에 모두 한참을 웃었다며 그 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윤혁씨와 뚜르원정대는 2009년 7월 4일 모나코를 출발, 8월20일 파리의 개선문까지 49일간 3500km를 한국인 최초로 완주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9번을 왕복해야 하는 거리였다. 굳은 의지로 삭발까지 하고 오로지 완주만 생각하며 달린 거리였다. 결승점에 들어오는 윤혁씨의 얼굴에 흐르던 눈물은 파리의 날씨보다도 더 뜨겁기만 했다.

단 한순간도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아니 오히려 더 굳은 삶에 대한 애착으로 부모의 든든한 아들이었던 윤혁씨는 그 다음해인 2010년 7월 15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젊다는 말조차 아까운 그의 나이 27세였다.

윤혁씨를 그냥 보낼 수 없었던 이들이 그의 삶을 담은 이야기를 영화로 완성했다.

'뚜르 : 내 생애 최고의 49일'

뚜르드프랑스 대회에 함께 동행했던 영화감독은 49일 동안 매 순간을 필름에 담았고 윤혁씨의 뜨거웠던 삶에 대한 애정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촬영을 시작한 지 햇수로 8년 만에 영화는 관객들과 만났다. 지난 해 2016년 영화 시사회 날, 스크린 속에서 웃는 윤혁씨를 보며 울지 않은 관객은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양천구는 20일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아름다운 청년 윤혁씨의 이야기 '뚜르 : 내 생애 최고의 49일'을 상영한다.
영화 '뚜르' 주인공인 고 이윤혁씨

영화 '뚜르' 주인공인 고 이윤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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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양천구청장은 “故이윤혁씨가 양천구 주민이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윤혁씨의 어머니와 얘기를 나눴는데 나도 비슷한 또래의 아들을 둔 엄마의 입장에서 마음이 울컥했다. 이렇게 훌륭한 청년이 우리 주민이었다는 게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20일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부터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고 많은 이들이 윤혁씨를 보며 삶의 에너지를 얻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는 임정하 감독은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까지도 삶에 최선을 다했던 윤혁이의 눈빛을 생각하면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故 이윤혁씨의 어머니 김성희씨는 “짧게 머물다 갔지만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윤혁이가 내 아들인 것이 자랑스럽고 참 고맙다”며 “지금 병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우리 윤혁이의 이야기를 봐 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반드시 힘을 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일 영화 상영시 임정하 감독과 故이윤혁씨의 어머니 김성희씨가 참석해 관객들과 윤혁씨를 기억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된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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