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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집필'·'꼼수적용' 논란 국정교과서, 결국엔 '완전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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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교육 분야 첫 업무지시에 역사·교육계 '환영'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사실상 예견된 수순
새 검정교과서, "충분한 검토 후 완성도 높이자" 의견도


'복면집필'·'꼼수적용' 논란 국정교과서, 결국엔 '완전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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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박근혜정부의 최대 역점과제 중 하나였던 국정 역사교과서가 문재인정부에선 적폐청산 대상 1호가 됐다. 문 대통령이 12일 국정교과서 정책 폐지를 지시를 내리면서 지난 정부가 국정교과서 발행을 확정한 후 진행되온 약 2년여간의 논란도 완전히 종지부를 찍게 됐다.
교과서 집필진을 미공개하고 국검정 혼용과 연구학교 지정 방침까지 내세우면서 '복면집필', '꼼수적용'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던 국정교과서 발행 사업은 학교 현장에서 빛도 보지 못한 채 '완전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첫 발부터 잘못됐던 국정교과서의 운명= 국정 역사교과서는 추진 당시부터 교육계에 숱한 논란을 낳았다.

2015년 9월 당시 교육부는 역사학계 교수들의 교과서 제작 불참 선언 등 학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화 강행 방침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도 "자기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정화 방침에 힘을 실어줬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됐다는 지적에 동조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국가가 직접 역사책을 만들어 획일적인 역사관을 주입하겠다는 국정화 사업은 교육계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에게까지 반발을 샀다.

황우여 전 교육부장관은 2015년 11월3일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 발행을 확정 고시하고 곧바로 집필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집필진 명단과 편찬기준은 지난해 11월28일 교과서 현장검토본이 나오기 전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그나마 1년여만에 공개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도 박정희 정권 미화를 비롯한 크고 작은 내용 오류로 부실 집필 논란 등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기에 하반기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은 국정교과서 추진 동력을 크게 떨어뜨린 결정타가 됐다.

특히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가 담긴 것으로 알려진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역사교과서-국정전환-신념'이라는 메모가 발견돼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정권 차원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해 12월27일 '2017년 3월부터 모든 중·고교에서 국정교과서를 전면 적용한다'는 기존 방침을 철회하고, 연구학교에서만 사용하게 하겠다며 물러섰다. 하지만 연구학교 신청학교는 단 한 곳에 그쳤고, 이마저도 법원에서 효력정지 결정이 나오면서 국정교과서는 아직 사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는 역사교과서 국·검정 혼용제도를 도입해 국정과 검정 가운데 하나를 학교가 골라 사용하게 하려 했으나 이번 문 대통령의 '완전폐지' 지시로 이 역시 어렵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상식과 정의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한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며 "더 이상 역사교육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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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고시 수정 필요…새 검정교과서 개발 일정은?= 문 대통령이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함에 따라 교육부는 이를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당초 문 대통령이 새로운 교육부 장·차관을 임명한 뒤 국정 교과서 폐지를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 사흘째에 국정교과서와 관련한 고시 수정까지 지시하면서 새 장관 임명 전이라도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역사교과서를 국정과 검정, 두 가지 체제로 구분한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 수정 고시'에서 '국정' 부분을 삭제하고, 내년부터 국정과 검정 교과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도록 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검정만 사용하도록 수정하면 된다.

고시 수정은 통상 규제심사에 10일, 관계기관 행정예고에 20일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필요한 경우 이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도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어차피 정권이 바뀌면 다 엎어질 정책이 될 것이라 예견된 상황인 만큼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이미 정권 교체가 이뤄진 지난 9일 홈페이지에 개재했던 국정교과서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책임졌던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은 이달 말께 해체될 예정이다.

연구학교 신청을 한 문명고를 비롯해 보조교재로 사용을 희망한 83개 학교와 50개 국립·재외한국학교 등 이미 배포된 약 6000권의 국정교과서는 따로 회수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당장 내년부터 중·고교 현장에 적용하기로 돼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새 검정 역사교과서 개발을 놓고서는 전문가들도 다소 엇갈린 의견을 보인다.

당초 국정교과서 사용이 예정돼 있던 탓에 역사교과서는 다른 과목보다 1년 이상 늦은 올 초에야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개발 공모가 시작됐고, 집필진 확보부터 집필, 검토, 인쇄까지 채 1년이 안 되는 시간 안에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 점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만든 교과서 집필기준에는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수립'으로 규정하는 등 뉴라이트 계열의 건국절 사관을 수용한 내용이 담겨 있는 만큼 집필기준을 다시 만들고, 통상 검정교과서 집필·심사 기간에 필요한 1년6개월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측은 "새 정부의 첫 교육 정책이 국정교과서 폐지라는 점은 적극 환영한다"며 "검정교과서가 충실하게 개발되기 위해서는 현행 교육과정에 대한 재검토와 수정이 필요하고, 집필기간도 충분히 확보돼야 하기에 현행 교육과정은 2020년까지 유예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지난해 12월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사퇴와 교육부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지난해 12월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사퇴와 교육부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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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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