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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공무원들의 세금 도둑질, 더 이상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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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자체 공무원들이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 교육 및 서약식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아시아경제DB

한 지자체 공무원들이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 교육 및 서약식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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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아무리 '푼 돈'이라지만, 공무원들이 국민들이 낸 세금을 '눈 먼 돈' 취급하면 되겠나. '세금 도둑질'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공무원들의 출장비 부당 수령 행태를 고발한 시민단체 '위례시민연대' 관계자의 말이다. '2백퍼' 맞는 말이다. 왕정시대가 아닌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은 국민들이 위임한 권력과 재산을 대리 행사해 봉사하는 '일꾼'들일 뿐이다. 그래서 '멸사봉공'(滅私奉公ㆍ사욕을 버리고 공익을 위하여 힘씀)이라는 네 글자는 공직자들의 사표여야 한다.
그러나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이 있다. 위임된 권력과 재물을 쓰다 보면 내 것이라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특히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다. 살림살이를 속속들이 잘 알고 제도적 허점까지 파악한 공무원들이 작정하고 마음만 먹으면 세금의 낭비와 권력의 남용을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나마 어공(어쩌다 공무원ㆍ선출 또는 정무직)인 정치인들은 정기적으로 선거를 통해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늘공(늘 공무원ㆍ일반 공무원)들은 만 60세까지 30~40년간 임기가 보장되기 때문에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위례시민연대가 최근 잇따라 제기한 일부 공무원들의 세금 낭비 행태는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규정상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연간 수백만원의 출장비를 더 타내는 수법을 썼다.

현행 '공무원 여비 규정' 상 4시간 출장가면 2만원, 4시간 미만은 1만원을 주게 돼 있다. 이들은 1시간 안팎의 출장을 다녀오고서도 4시간 이상 다녀왔다고 허위 신고해 여비를 1만원씩 더 타냈다. 출장이 잦은 직무의 공무원들은 대부분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 데다 많게는 3년간 연평균 500~600만원 이상을 더 타낸 사람도 있다.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부당 수령 관행이 존재했다는 얘기다. 과거 공무원들 사이에서 열악한 처우와 관행을 핑계 삼아 조직 이기주의ㆍ담합의 방패 아래에서 자행됐던 연장근무 수당 부당 수령 행태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같은 행태는 시급히 '정상화' 되어야 한다. 열악한 처우가 문제라면 처우를 개선하면 된다. 출장비가 모라자면 출장비를 올리라. 불법행위를 '법치'의 집행자인 공무원들이 버젓이 저지를 핑계는 될 수 없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마침 조사에 나섰다고 하니 정확한 진상과 실태가 파악되고 재발 방지책까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여비 외에 식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권익위는 지난 2014년 말 서울 시내 일부 자치구들이 공무원들에게 1인당 13만원 씩 매월 급식비를 주면서도 법적 근거 없이 구내식당 운영비를 추가 지원해 총 182억원의 예산을 쓴 것에 대해서도 '부패행위'로 규정했다. 이후 이같은 행위가 중단되긴 했지만 해당 자치구는 물론 사정을 담당한 검찰ㆍ감사원 등 마저 책임자 처벌ㆍ부당지급액 환수 등 근본적인 개선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조례에 근거했고 고의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다.

하지만 객관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많다. 상위법에 근거하지 않은 조례는 무효가 상식이다. 고의적이지 않다지만 2014년 말 정부가 지급 중단 지침을 내린 후에도 상당기간 지급이 계속됐다. 검찰, 감사원도 공무원들이 일하는 조직이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여기서 떠오르면 안 된다.

이번 사안에 대한 권익위의 조사 결과 및 해당 주체들의 대응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더욱이 이는 새로 출발하는 19대 대통령의 첫 정부 개혁 실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공무원들도 자성해야 한다. 아시아경제가 출장비 부당 수령 행태를 보도하자 일부 공무원들이 위례시민연대 측에 '도덕적 문제가 아닌 제도적 차원의 문제'라는 식으로 변명을 했다고 한다. 도둑이 도둑질을 그만 두려면 도둑질이 죄라는 것부터 깨달아야 하는 데, '못살게 만든 나랏님 탓'이라고 변명부터 하는 꼴이다.

최근 인사혁신처 발로 공무원 급여(세전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이 510만원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전국공무원노조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탓했다. 노조는 "결국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공무원노동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씀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식비ㆍ여비 등 작은 돈이라도 국민 세금을 '도둑질'하는 불합리한 행태를 바로잡는 게 먼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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