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공채 거의 끝나가는데 이룬 것은 없고…어버이날 선물은 어찌하나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지난 24일 오후 3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A(25)씨가 어머니와 함께 고향으로 내려가던 길에 경부고속도로 옥산휴게소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시험 준비로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쉬게 하려고 집으로 함께 내려가던 길이었다"고 말했다.
A씨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드물지만, '5월'은 많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잔인한 달이다. 우선 3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업들의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가 4월 말이면 거의 끝난다. 취업준비생 신모(27)씨는 "5월이면 어딘가에 입사해서 '취뽀(취업 뽀개기)'할 줄 알았는데, 또 실패했다"며 "올해 초부터 정신없이 토익 시험을 치르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인적성 시험도 봤는데, 뭔가 이룬 것도 없이 시간만 흘려 보낸 것 같아 허무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2년째 취업준비 중인 김모(28)씨는 "취업 준비 초기에만 해도 놀러 나간다고 하면 부모님이 '스트레스 풀러 가는구나'라고 이해해 주셨는데 요새는 '공부 안 하고 어딜 또 그렇게 나가냐'고 묻는다"며 "직장에 다니는 친구가 이틀 휴가 썼으니까 같이 놀러가자고 했는데 돈도 돈이지만 부모님 눈치 때문에 이번 연휴엔 그냥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같이 공부하는 스터디 친구들도 대부분 같은 처지"라고 덧붙였다.
공시생들은 초조하다. 지난 8일에 치러진 국가공무원 9급 필기시험 합격자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올해 시험에는 역대 최다인 22만8368명이 응시했으나 선발 인원은 4910명으로 합격률은 1.8%안팎에 불과하다. 같은 날에 진행된 지방공무원 사회복지직 9급 필기시험도 합격자 명단이 이 달 말에서 다음 달 사이에 나온다.
이에 대해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경제가 어려워지고 고용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상반기 공채가 끝나가는 시기면 취준생들이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불안해진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 교수는 "5월이 가정의 달인데 아직 부모의 둥지 안에서 자립 못하고 사는 게 취준생 입장에서는 자괴감이 들 수 있고, 이를 바라보는 부모도 힘들 것"이라며 "청년 실업문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생색내기가 아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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