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이 시는 일제강점기 시인 이상(李箱)의 '거울'이다. 시인은 '거울 속의 나'가 자신과 반대지만 꽤 닮았다고 썼다. 시인이 거울 앞을 떠나면 '거울 속의 나'는 제 일을 한다. 윤동주는 '참회록(懺悔錄)'에서 거울을 닦는다.
이상의 거울은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를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이자 단절의 도구다. '참회록'에서 윤동주의 거울은 자기 성찰의 매개체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의 거울은 이미지를 확장하는 폭이 크고, 그만큼 매혹적이다. 그의 상상력은 마셜 매클루언과 오스카 와일드에게 가 닿는다.
매클루언의 '마취된 나르키소스'. 나르키소스는 물낯(거울)에 비친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잘못알고 반해버렸다. '물낯이라는 수단에 의한 자기 자신의 확장'이다. 다음은 와일드의 재치. 나르키소스가 죽자 호수가 애도한다. 요정들이 위로하며 묻는다. "그가 그렇게 아름답던가요?" "그가 아름다웠다고? 몰랐는데. 나는 그의 눈에 비친 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을 뿐이야." 극한의 자기애(自己愛)다.
뱃사람 마이클이 강도를 만난 미녀 엘자를 구한다. 그는 그녀에게 반한다. 하지만 그녀는 갑부 베니스터의 부인이다. 베니스터는 감사의 뜻으로 마이클을 선원으로 채용해 지중해 여행에 동행한다. 여행이 편했을리 없다. 영화의 끝부분, '거울 방'에서 벌어진 총싸움 장면은 수없이 많은 감독이 베낀 명장면이다. huhball@
꼭 봐야할 주요뉴스
3년간 햇반·라면 먹고 종일 게임만…불안 심해지...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