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국민연금 모두 상처…“조기 협상 못한 것 아쉬워”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 협상으로 KDB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서로에게 상처를 남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사보고서 관련 산은은 신뢰성에 흠집을, 국민연금은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다. 애초에 산은이 국민연금의 사채권자의 하나가 아닌 중요한 카운터파트너로 보고 협상에 임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19일 채권단 관계자는 “산은은 은행 중심 채권단의 갑(甲)으로서 다른 채권은행에 해당 회사의 정보를 완전히 주지 않으며 협상의 우위를 점했는데, 자본시장의 또 다른 갑인 국민연금과 협상에서도 그렇게 하다보니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협상이 험난했다”고 밝혔다.
협상에 진전이 없자 결국 이동걸 산은 회장까지 나서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직접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산은은 국민연금에 회사채·기업어음(CP) 상환용 자금 1000억원을 즉시 따로 떼어 예치해두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사채권자들에게 일단 1000억원(청산시 회수율 6.6%) 상환을 보장하고,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 성공 정도에 따라 회수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당초 채무재조정안과 비교하면 산은에 손해가 있는 제안이다.
이에 채권단 내부에서는 산은이 지난달 23일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안 발표 후 국민연금에 대해 조기에 협상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은 관계자도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관련 국민연금과 협상이 손쉬울 것으로 초반에 생각했던 것이 오판”이라고 밝히는 등 협상 전략에 일부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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