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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과목 뮤지컬로 배워요"… 한 편의 드라마틱한 협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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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대본 쓰고 미술시간엔 무대 만들고… 구로중의 '뮤지컬' 교육
학교폭력·자살 등 사회적 이슈 녹여… 청소년연극제서 3년 연속 대상 쾌거


(사진제공=구로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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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아이들이 연기부터 음향, 무대설치까지 뮤지컬 속 모든 역할 맡아 서로 협업하고 그 와중에 벌어지는 갈등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요. 교육의 모든 부분이 녹아있는 셈이죠."
구로중학교에서 창의체험부장을 맡아 7년 째 뮤지컬을 가르치고 있는 홍진표 음악교사의 말이다. 서울 구로구 구로중학교에서는 3학년 학생들이 뮤지컬 제작을 위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주연 배우를 하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고, 음향 엔지니어를 하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3학년이 되면 오롯이 학생의 힘으로 뮤지컬을 제작해 공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 강사와 교사들도 참여하지만 결국 뮤지컬은 학생들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직접 뮤지컬의 대본을 작성하고, 각종 음향 효과와 곡을 총괄하는 음향감독, 무대설치, 영상 및 조명 담당 등 뮤지컬 제작의 전 과정을 학생들이 맡는다. 무대에 오르지 않는 학생들도 모두 참여하지 않는다면 뮤지컬의 완성은 불가능하다. 말 그대로 모든 학생들이 힘을 모아 만드는 공동작품이다.

이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각 반 25명 남짓인 학생들의 의견이 서로 충돌하며 갈등도 발생한다. 홍 교사는 "서로 맡고 싶은 역할도 다르고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 방법이 달라 수도 없이 작은 충돌이 일어난다"며 "하지만 뮤지컬 제작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서로 의견을 조율하며 끝내 문제를 해결해나간다"고 말했다. 한 사회 속에 살아가는 서로 '다른 존재'를 인식하고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을 이 과정에서 터득하게 된다.
뮤지컬을 위한 교육도 여러 교과목 사이에서 유기적으로 이뤄진다. 국어 시간에 대본에 대해 배우고, 음악과 미술시간에 뮤지컬에 어울리는 음악과 무대 미술을 배우는 식이다. 기술 시간에는 음향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을 익힌다. 사회와 도덕은 가장 중요한 시간 중 하나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토론을 거쳐 뮤지컬의 주제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제공=구로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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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사는 "과거 아이들에게 그냥 뮤지컬을 만들어보라고 했더니 감흥 없이 무성의하게 만든 주제와 플롯이 나왔다"며 "수업 시간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토론하며 주제를 선정하니 자신들이 만드는 뮤지컬에 보다 책임감을 갖고 몰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학업스트레스, 학교폭력, 가정 내 갈등, 나아가 청소년 자살, 대구지하철 참사 등 사회적 이슈를 뮤지컬에 녹여냈다. 이런 주제의식과 수준 높은 공연으로 한국청소년연극제에서 3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는 등 꾸준한 성과를 냈다.

학교 내부의 문제도 해결했다. 구로중은 학교폭력문제가 한 때 심각했지만 학생들이 뮤지컬에 참여하면서 갈등을 풀어나가는 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이제 구로중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이 학교 3학년 주모(16)양은 "1학년 때부터 선배들의 뮤지컬을 보며 3학년이 되면 나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프로듀서(PD) 역할을 맡아 반 친구들과 함께 재밌는 아이디어를 나누며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이 같은 뮤지컬 수업을 권장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중학교 협력종합예술활동 운영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중학교 3년 중 최소 한 학기 이상(총 17시간 이상) 교과 또는 비교과 영역에 협력종합예술활동 시간을 편성·운영하는 내용이다.

현재 서울 내 173개 중학교에서 시범운영되고 있으며 오는 2020년까지 서울시내 전 중학교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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