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FTA 체결 후 한국의 대미 수출이 급증한 품목에 대해 관세를 높이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0순위는 단연 자동차다. 또 미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법률의료 등 서비스시장 개방에 대한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로서는 재협상을 통해 에너지 인프라 등 새로운 수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한미 FTA 발효 이전인 2011년 116억4000만달러였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16년 232억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미국 상무부가 추정한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대한국 무역적자)는 277억달러 수준으로 더욱 높다. 특히 협상 0순위로 거론되는 한국의 승용차 무역흑자는 2011년 83억 달러에서 2015년 2배 가까이 되는 163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FTA 이행법에 따라 미국이 추가적인 관세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무역적자를 이유로 미국이 상식적 수준을 뛰어넘는 규모의 관세율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국내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과 쇠고기 수입 확대에 대한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이 쇠고기와 오렌지, 쌀, 녹두 등에 대한 협정세율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017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가 미국 수출에 도움이 됐다"면서도 농산물, 공산품 등 30개의 무역ㆍ투자 장벽을 열거해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원산지 검증 원활화와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개정된 외국법자문사법에 따라 합작 법인에 참여하는 외국 로펌의 지분율과 의결권은 49%로 제한돼 한국 시장을 개척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미국측의 지적이다. USTR 보고서에는 건축용 목재 관련 미국의 규격, 품질 검사결과가 한국에서도 인정받기를 희망한다는 내용도 새로 포함됐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측에 향후 20년간 24조원 규모 미국산 셰일가스를 도입하는 등 대미흑자 축소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설명하고 있다"며 "재협상 시에는 '상호호혜'와 '이익균형' 측면에서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재협상을 통해 우리 또한 추가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하태형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기존 한미 FTA에 없었던 에너지 분야를 추가할 것을 요구하면 한국도 얻을 게 많다"며 "오히려 인프라 부문에서 한국 기업의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무역에서 미국에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재협상을 통해 미국 인프라와 에너지 산업에 진출할 고속도로를 마련하면 수출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낙후된 미국의 인프라를 재건하기 위해 앞으로 약 1조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한 바 있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한미 FTA 재협상은 한국도 미국 측에 추가적인 시장 개방을 요구할 기회"라며 "이익균형 차원에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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