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1일과 22일, 중국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바이두의 주가가 출렁거렸습니다.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던 주가가 장중 한때 3%까지 하락할 정도였습니다. 하락의 이유는 앤드류 응이라는 직원의 사직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혹시 인공지능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사람의 이름이 낯익을 지도 모릅니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딥러닝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주역 가운데 한명입니다.
물론 딥러닝은 2006년 출판된 힌튼 교수의 논문을 그 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앤드류 응이 2012년에 구글과 함께 발표한 논문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딥러닝 연구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앤드류 응은 인공지능분야의 대표적인 스타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전세계 유명대학의 강좌를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는 서비스인 코세라를 창립하여 이후 소위 MOOC의 시대를 연, 능력 있는 창업자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그가 회사를 떠난다는 소식은 바이두에 대한 우려와 실망감을 불러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의 사직으로 인해 줄어든 바이두의 주식가치는 무려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바꾸어 말하면 그의 몸값이 1조원쯤 된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앤드류 응의 사례는 세계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재전쟁을 잘 보여줍니다. 기업들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전환을 이끌 인재들을 유치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여러 대학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기도 합니다.
세상의 변화에 대해 정부가 먼저 나서서 법도 만들고, 자격도 만들고, 진흥정책도 세우고 규제도 만드는 방식은 점차 그 효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미래의 방향을 완전히 예측할 수 없으며, 비효율적이더라도 다양성과 상호작용을 증대시키고 시행착오를 장려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앤드류 응은 정부의 잘 짜여진 진흥정책의 산물이 아닙니다. 모두가 외면하던 인공신경망 연구를 고집하던 괴짜들, 자신이 보유한 거대한 서버를 기계학습연구에 활용해보자는 엉뚱한 발상을 허락한 기업, 그런 것이 그를 길러냈습니다. 정부는 직접 나서서 뭔가 해보기보다는 이런 토양을 길러주는 데 관심을 더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아뿔싸.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사이, 곁눈질로 본 뉴스사이트에서는 국회가 '제4차 산업혁명 촉진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진흥원 같은 걸 설립해서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앞장선다고 하는군요. 오늘도 우리나라는 평화롭습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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