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 집중분석-경제정책]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이번 대선의 화두가 정경유착 근절과 재벌개혁이라는 점에서 재계는 대선주자들의 경제 분야 공약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재계 전반과 개별 기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경제단체와 정부, 대관(對官) 등을 통해 기업들의 의견을 전달하고는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재계 입장에서 경제 분야 공약의 기상도를 그려본다면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재벌개혁 공약은 비구름 ▲노동ㆍ일자리 공약은 흐림 ▲세제 부문 공약은 약간 흐림 ▲사드와 보호무역 관련 공약은 오락가락으로 요약된다.
-재벌개혁, 홍준표 빼놓고 고강도 불가피
경제단체와 중소ㆍ중견기업,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이 모두 반대하고 있다. 문 후보가 4대 그룹 재벌개혁에 집중한 반면 안 후보는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강화에 차별점을 두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 투기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에 실탄을 소진하게 되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재원은 줄고 일자리 역시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청년도 뽑고 비정규직 처우도 개선…부담만 는다
재벌개혁의 바람은 노동과 일자리 분야 공약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청년실업 해소와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각 당 후보들의 공약이 실현되면 기업들로서는 ▲비정규직을 현행처럼 사용하지 못하고 ▲비정규직의 처우를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높여야 하고 ▲청년과 여성(경력단절여성 포함), 사회적 약자들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해야 하며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등을 대비해야 한다. 문 후보의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과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준수 공약은 경영계의 반발이 거세다. 휴일에 근무할 경우 임금은 현행보다 50% 할증해서 100% 더 줘야 한다. 2019년(또는 2021년)부터는 아무리 임금을 더 준다고 해도 주 52시간 이상 근로는 금지된다.
-경영계, 취업자 중심 노동법 고쳐야 일자리 늘어
경영계는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라도 정규직 과보호 중심의 노동법을 개정해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파견근로자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을 두고는 "선의에서 시작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를 없애는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크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면 24만1000명에서 50만6000명의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홍 후보의 경우 귀족강성노조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어 다른 후보와 차별화했다.
-법인세 인상은 일단 제동… 준조세 금지법 실효성 논란
세제 분야 공약에 대해선 재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유ㆍ심 후보만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다른 후보들은 이에 대해 보수적이거나 유보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반대로 법인세율을 현행 세율보다 1~2%포인트 낮추면 자본순유입이 최소 9조8000억원에서 최대 19조6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세율 인하가 장기적으로 세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선(先)실효세율 인상 후(後)법인세 인상을 택하고 대신 '준조세 금지법' 제정을 약속했다. 한국당도 준조세 강요자와 제공자 모두 처벌하는 '정경유착형 준조세 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영계는 그러나 국회에서 이미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사회적경제기본법안 등과 같이 민간의 기금을 출연, 조성하는 준조세법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는 데 우려를 나타낸다.
-G2대응…사드 찬반보다 외교력에 따라 성패 좌우
수출기업들의 현안인 중국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보복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해서는 대선주자들의 명쾌한 해법이 없는 점이 재계가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 문 후보는 차기 정부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에 안 후보는 철회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ㆍ유 후보는 찬성, 심 후보는 철회를 주장한다. 사드 배치 입장이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한 해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문 후보는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는 중국 정부를 최대한 설득하는 한편 집권하면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을 외교특사로 보내 미국과 먼저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했다. 홍 후보는 "중국이 경제 보복을 타 업종으로 확대하거나 지속하면 한국의 투자처를 동남아로 옮기거나 중국에 있는 기업의 철수를 감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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