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뇌물 혐의로 31일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초유의 기록을 쏟아낸 대통령으로 우리 역사에 남을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 개인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역사이자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역사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의해 파면됐다. 헌재는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가 제출된 이후 90여일에 걸친 심리 끝에 지난 10일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서 헌법 수호 의지를 확인할 수 없다"고도 했다. 1997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제도가 생긴 이후 박 전 대통령은 법원에 직접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첫 전직 대통령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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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국가원수로는 세 번째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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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운명의 심판'이 이뤄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은 이번 국정농단 파문에 연루된 핵심 피의자들에겐 블랙홀과 같은 곳이다. 박 전 대통령은 물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은 모두 이곳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 피고인 신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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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은 법원에서 8시간41분(521분)에 달하는 마라톤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8시간가량을 대기하다 구속이 결정됐다. 30일 오전 10시30분 시작된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7시11분에 끝났다.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20년 이래 최장 시간이다.
지난달 1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가 기록한 7시간30분을 1시간 이상 뛰어넘는다.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이 그만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는 반증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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