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집중 단속 점심 대비, 10시면 정책 축소
아는 사람만 싸게 사는 것도 옛말…더욱 음성화된 통신 시장
다음 달 방통위 업무 공백, 갤S8 출시…웃고 있는 이통사
이동통신사들이 방송통신위원회의 단속을 피해 '떴다방 식' 영업을 하고 있다. 방통위 단속반이 퇴근하는 저녁 시간에 판매 수수료(리베이트)를 집중적으로 확대하면서 업계에서는 이를 '노을정책'이라고 부를 정도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은 평일 오후 4~5시 이후 리베이트 금액을 대폭 높이는 영업 행태를 벌이고 있다. 반대로 오전 10~11시께는 리베이트를 축소한다. 이는 방통위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의 시장 리베이트 단속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영업점에서 과도한 규모로 책정된 리베이트 중 일부를 고객에게 불법 보조금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말기유통법)에서는 공시지원금과 15% 추가지원금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혜택도 금지하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방통위와 KAIT는 12시쯤 오전 시장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오후 내내 리베이트 수준을 살피는 등 업무를 하다 6시 이후 퇴근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리베이트 정책을 내리면 일선 유통망까지 도달하는데 1~2시간 소요된다. 이러한 모니터링 행태를 분석한 뒤 이동통신사는 한 수 위의 전략을 펴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3일 A 이동통신사는 오후 2시까지 29명의 고객을 빼앗겼는데, 오후 4시께부터 '노을정책'을 시행하자 오후 6시30분 기준 가입자 428명 되찾을 수 있었다. A 이동통신사의 시작으로 나머지 이통사들도 리베이트 경쟁에 뛰어들면서 A 이동통신사는 결국 226명 가입자 순증으로 영업을 마무리했다.
이날 이동통신3사 전체 번호이동건수는 1만1212건. 방통위가 시장 과열로 보는 2만4000건보다는 훨씬 안정된 상태다. 다음 날 아침 방통위 단속반이 봤을 때는 전혀 문제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 같은 지능적인(?) 영업 행태는 다음 달 극에 달할 전망이다.
우선 방통위의 업무공백이다. 다음 달 7일에는 최성준 방통위원장 임기가 종료되면서, 남은 방통위 상임위원은 두 명 뿐이다.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사무처가 마련한 회의 안건을 5인의 상임위원이 회의를 거쳐 의사를 결정하고 정책을 추진한다. 최소 3인 이상의 상임위원 출석으로 위원회 회의를 열 수 있다. 이에 다음 달 7일 이후에는 사무처가 열심히 시장 모니터링을 한다 해도 이를 처벌할 회의가 열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여기에 삼성 갤럭시S8의 등장도 통신 시장 전체에 큰 여파를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갤럭시S8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다음달 1일부터 삼성은 대규모의 체험 이벤트를 벌이는 한편 수 십 만원 상당의 사은품을 제공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마케팅을 벌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소비자 차별은 더욱 음성화된 방식으로 남아있다"며 "특히 이통사들이 더욱 지능적인 전략을 펴면서 이제는 아는 사람도 싸게 사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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