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별·지역별 사교육 양극화는 더욱 심화돼, '개천에서 용 나기'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016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등학교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으로 전년(24만4000원) 대비 4.8% 증가하며 전년도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초등학교가 24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으며, 고등학교도 26만2000원으로 10.9% 증가했다. 중학교는 27만5000원으로 액수는 가장 컸으나 전년 대비 0.1% 감소했다.
인구감소로 쪼그라들던 사교육 시장 규모도 7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18조1000억원으로 전년(17조8000억원)에 비해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학생수가 609만명에서 588만명으로 감소했음에도 1인당 사교육비가 증가하며 시장이 성장한 것이다. 2009년까지만 해도 성장세였던 사교육비 총액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전년 대비 6년 연속 감소했다.
사교육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빈익빈 부익부' 다. 지난해 월평균 사교육비로 50만원 이상을 지출한 학생이 전체의 17.1%로 전년(15.1%) 대비 증가했다. 반면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학생 비율 역시 31.2%에서 32.2%로 증가했다.
도·농 격차도 컸다. 서울시와 광역시, 중소도시는 50만원 이상 지출한 학생 비중이 28.8%, 15.9%, 16.3%를 기록한 반면 읍면지역은 6.7%에 불과했다. 읍면지역은 사교육에 10~20만원을 쓰는 학생 비율이 높았고(13.2%), 아예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도 전체의 42%에 달했다.
부모의 수입이 많을수록 자녀의 교육에 더 많이 투자했다. 월평균 소득이 700만원 이상인 가구의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4만3000원으로,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 학생 사교육비(5만원)의 8.86배에 달했다. 조사를 시작한 2007년(8.83배) 이후 가장 큰 격차다. 또 소득 700만원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81.9%이고,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참여율은 30%로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부모들이 사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교육비가 성적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상위 10% 이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9000원인 반면 하위 20% 이내 학생의 사교육비는 17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참여율 면에서도 상위 10% 이내 학생은 77.8%, 하위 20% 이내 학생은 55.9%로 차이가 났다.
아버지 외벌이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6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7.3% 늘며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26만6000원)를 앞질렀다. 어머니 외벌이 가구의 경우 학생 1인당 사교육비로 월 15만4000원을 쓰는 데 그쳤다.
과목별로는 일반교과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19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한 반면 예체능·취미교양은 전년 대비 19.5%나 증가한 6만3000원을 기록했다. 사교육 유형별로는 학원수강(12만6000원)이 가장 많고 개인과외가 3만1000원, 그룹과외가 1만9000원, 방문학습지가 1만1000원이었다.
한편 사교육비와 별도로 조사되는 방과후학교의 경우 지난해 비용이 1조1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 줄었다. 역시 별도 조사되는 교육방송(EBS) 교재, 어학연수의 경우도 각각 1700억원, 39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0.1%, 33.3% 줄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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