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짐작해보는 기분으로, 최근의 스타트업투자를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주로 플래텀의 보고서에 나온 수치를 활용합니다) 우선 우리나라 제조업에 대한 깊은 의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제조분야의 유망한 스타트업은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고, 투자규모도 크게 줄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미디어, 컨텐츠, 화장품, 서비스와 같은 비교적 '가벼운' 산업영역에서는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선전하고 있습니다.
2016년의 통계를 보면, 가장 큰 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은 화장품 유통기업인 미미박스였습니다. 창립 5년이 채 안된, 이 어린 기업이 작년 한해에만 유치한 금액이 1400억원을 넘습니다. 그 밖에도 작년 한해동안 수백억대의 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들이 여럿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배달서비스, 약 600억), 레진엔터테인먼트 (웹툰,약 500억), 옐로모바일 (종합모바일서비스), 비바리퍼블리카 (송금서비스)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숙박서비스(여기어때, 야놀자)와 물류서비스(허니비즈, 메쉬코리아)분야 스타트업들에게도 적지 않은 자금이 몰렸습니다.
또한 레진코믹스나 여기어때는 국내 사모투자회사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경우입니다. 그동안 변방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스타트업생태계가 점차 글로벌 생태계와 연결되고 있으며, 사모투자회사를 비롯한 주류 투자자들이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는 긍정적 해석이 가능해지는 지점입니다.
그러나, 스타트업 투자를 중심으로 미래를 엿보면서 갖게된 걱정도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지능정보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기술적 격변기에 대응할 스타트업과, 그런 기업에 대한 큰 투자를 찾아보기 매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재기넘치는 서비스와 동아시아를 겨냥한 뷰티산업의 힘만으로 이른바 '혁명'이라고 불리는 기술격변의 시대를 헤처나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떨쳐버리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걱정도 다 부질없으면 좋겠네요.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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