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해제 프로그램 달라", 애플 "암 같은 소프트웨어"
본격적으로 프라이버시와 공공 안전주의 충돌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안전주의에 힘 실리는 모양새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아이폰 암호해제를 두고 애플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논쟁을 벌인지 1년이 지났다. 당시 소송까지 이어졌으나 FBI가 애플의 도움없이 암호해제를 하는 기술을 취득했다며 애플에 대한 소를 취하, 사건은 흐지부지 됐다. 그럼에도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법적, 입법적, 철학적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9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휴대전화 잠금 해제를 둘러싼 애플과 FBI의 대립, 그 1년 후의 상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고객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암과 같은 소프트웨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 함께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IT 업계와 프라이버시 옹호 단체, 인권 단체들이 나서서 팀 쿡 CEO의 의견에 동조했다.
이 사건은 법정까지 갔으나 심리 하루 전날 FBI는 애플의 도움 없이 아이폰의 잠금을 풀 수 있는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며 소송을 취하했다.
이를 두고 프라이버시 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FBI가 소송에서 패소할 것을 예측하고 이를 취하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프라이버시 보호에 힘을 실어주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론이라는 것이다.
설령 스마트폰 잠금 해제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FBI가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IT업체들은 더욱 진화된 암호 체계를 갖춰가는 상황이라 정보기관과 IT업체들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에 대해 법원의 도청허가를 받아 통신 내용을 파악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왓츠앱의 강력한 암호화 기술로 법무부가 법원의 도청 허가를 받더라도 통신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 실제 진행되지는 못했다.
프라이버시와 공공 안전 우선주의가 계속 충돌하면서 지난해 4월 미국 상원 정보 특별위원회는 '2016 법원 명령 준수법'의 초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특별위원회는 "미국인을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모든 기업체가 법원의 명령에 따라 데이터를 이해 가능한 형태로 제출할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며 법 제정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는 프라이버시 옹호 단체와 IT 업계의 반발로 결국 법안으로 제출되지 못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공공 안전주의가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FBI의 요청을 거부했을 때 트럼프는 애플 제품에 대해 보이콧을 주장했다.
박종훈 IITP 집필위원은 "프라이버시 보호와 공공 안전 보장 사이의 균형점은 합의될 수 없는 것일 지도 모르나, 정부기관에 의한 과도한 프라이버시 제한이 강행될 우려가 제기되는 현 상황은 양자간 균형을 찾으려는 부단한 시도가 결코 무의미하지 않을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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