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연구팀, 소변에서 '나노 소포체' 분리하는 기술 내놓아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소변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국내 연구팀이 소변이나 혈액에서 암 진단에 필요한 물질만 효과적으로 채집하는 기술을 내놓았습니다. 조직검사에 집중됐던 암의 진단과 치료를 소변으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유니스트(UNIST, 총장 정무영) 생명과학부의 조윤경 교수팀(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그룹리더)은 소변에서 '나노 소포체'를 분리하고 검출하는 장치인 '엑소디스크(Exodisc)'를 개발했습니다. 나노 소포체는 세포 활동 중에 나오는 40~1000㎚(1㎚는 10억분의1m) 크기의 생체물질입니다. 이 물질을 분석하면 암 등 각종 질병 유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입자를 효과적으로 걸러낼 마땅한 방법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세포를 분리하는 원심분리법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기존보다 500배 이상 빠른 속도로 회전시켜야 하고 초고속원심분리기가 필요합니다. 밀도가 낮은 나노 소포체를 분리하려면 그만큼 큰 힘(원심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시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처리 시간도 오래 걸렸습니다.
조윤경 교수팀은 '엑소디스크'라는 랩온어디스크(lab-on-a-disc)로 이런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원심력을 키우지 않아도 미세입자를 효과적으로 걸러낼 필터를 추가했습니다. 이를 이용해 기존의 초고속원심분리법보다 300배 낮은 원심력으로도 나노 소포체를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엑소디스크에 장착된 필터의 구멍 크기는 세균이나 불필요한 단백질은 빼고 효과적으로 나노 소포체를 분리하기 위해 임의로 설정한 값입니다. 실제 농축된 물질에 효소면역분석(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을 진행한 결과 방광암 환자에게서 나온 나노 소포체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조윤경 교수는 "엑소디스크를 이용하면 30분 안에 소변에서 나노 소포체를 채집할 수 있다"며 "원심력을 이용하면서 필터를 통과하는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돼 나노 소포체를 효과적으로 회수한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방광암 환자의 소변을 이용해 엑소디스크의 성능도 확인했습니다.
조 교수는 "현재 채집한 나노 소포체를 분석해 암 등의 질병을 판단하는 연구를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며 "소변 등의 체액으로 암 등의 질병을 간단히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연구 결과는 'ACS Nano' 28일자(논문명: Exodisc for Rapid, Size-selective, and Efficient Isolation and Analysis of Nanoscale Extracellular Vesicles from Biological Samples)에 실렸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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