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세계중성화의날'...자체 번식-개체수 급증-유기-안락사 이어지는 악순환 끊어야...동물보호단체 활성화 캠페인 중
#2. 경기도 양평에 3년 전 귀촌한 A씨는 최근 애완견의 갑작스러운 임신과 출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순종인 A씨의 애완견을 옆집의 '잡종' 개가 건드려 '임신'했다는 것도 불쾌한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더 큰 문제는 태어난 강아지들을 키울 수가 없어 분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혹시나 학대나 당할까봐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나서도 까다롭게 살펴 보고 있다"며 "난데없이 번거로운 일이 생겨 옆집에 항의했지만 미안하다는 말도 못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중성화를 시켰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26일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 23일은 동물 중성화 수술을 장려하기 위해 미국에서 제정된 '세계 중성화의 날'이다.
지난 1995년 미국 동물보호단체 '도리스데이 애니멀리그'가 거리를 헤매는 동물 수를 줄이고 입양을 장려하자는 취지로 시작했고, 요즘엔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주축이 돼 매년 2월 마지막주 화요일을 '세계 중성화의 날'로 정하고 한달간 중성화 장려 운동을 펼친다. 모금을 통해 중성화 수술비를 지원하고 저렴한 가격에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주인이 있는 반려견·고양이의 87%가수술을 받았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중성화에 대한 인식도가 높은 상태다. 그러나 주인이 없는 경우 9%에 불과해 거리를 떠도는 유기 동물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동물들을 중성화하지 않으면 급격히 자체 번식해 버려져 길거리를 헤매다 동물보호센터 등에 의해 구조되더라도 주인을 찾지 못해 안락사하는 경우가 70%가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버려진 반려동물 숫자가 9만 마리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6만 마리 이상이 버려져 결국 안락사된다는 얘기다.
개 한 쌍을 중성화하지 않으면 6년간 6만7000마리, 고양이 한 쌍의 경우 7년간 37만마리까지 개체수가 불어난다.
이에 따라 지자체와 동물보호단체들이 반려동물 중성화 수술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에 6억8000만원을 투입한다. 2014년엔 취약계층 반려동물 중성화수술비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사업에 참여할 서울시내 동물병원을 모집해 서울시가 병원에 현판 제작을 지원하고 지원병원은 취약계층에 대해 반려동물 중성화비용을 감면해 주는 방식이었다.
중성화수술은 반려동물의 건강에도 좋다. 난소ㆍ자궁질환과 유선종양ㆍ유선염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첫 발정 전에 수술하면 유선종양 발병률이 5% 미만으로 떨어진다. 동물보호단체에서도 나서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27일까지 자체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접수해 선정된 3마리의 반려동물에게 수술비 최대 15만원을 지원해준다. 관할 시ㆍ도에 반려동물등록을 마쳤으면 신청 가능하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어미개를 수컷 개와 억지로 만나게 하고 임신을 시킨 뒤 새끼들을 이곳저곳 흩어지게 하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행동일 뿐"이라며 "어미와 새끼들에게도 고통을 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중성화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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