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일본 B급 영화의 대부 스즈키 세이준 감독이 별세했다고 NHK 등 일본 주요 매체들이 22일 전했다. 사인은 만성 폐질환. 도쿄의 병원에서 투병했으나 13일 병세가 악화돼 숨을 거뒀다. 향년 93세.
1923년 도쿄에서 태어난 스즈키 감독은 '감각의 제국(1976년)'을 연출한 오시마 나기사(1932년~2013년)와 함께 일본 누벨바그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제한된 제작 조건에서 무명배우들을 기용하며 독창적인 연출을 즐겼다. 독특한 영상미, 잔혹한 폭력, 익살스런 설정 등으로 쿠엔틴 타란티노(54), 왕자웨이(王家衛·59), 짐 자무시(64) 등 많은 영화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스즈키 감독은 거침없는 연출로도 유명하다. 살인의 낙인을 제작하면서 정해진 각본과 설정에 따르지 않아 닛카츠 영화사에서 해고됐다. '스즈키 세이준 사건 공동투쟁 위원회'를 만들어 기나긴 법정 소송을 거친 끝에 승소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살인의 낙인은 넘버3 킬러가 넘버1에 오르는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혼란을 전면에 내세운다. 등장인물들의 기괴한 표정과 여배우들의 파격적인 노출, 익힌 밥의 냄새를 맡으면 흥분하는 주인공의 모습 등으로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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