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사를 되돌아보면 효율성과 공정성, 두 개의 큰 가치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한 과정이었다. 그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으로 '산업화'를 시작한 것은 영국이었지만 정작 기업의 시대를 연 것은 미국이었다. 영국의 증기기관, 철강, 방직 등의 기술발달과 생산성 향상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자유로운 정신과 청교도적 근면성을 만나 활짝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1862년 철도법이 통과되면서 전역을 철도로 잇는 것이 가능해졌고 '철도왕' 밴더빌트는 미국을 철도제국으로 탄생시켰다. 1870년대 '철강왕' 카네기가 제강사업을 시작했고, '석유왕' 록펠러는 스탠더드오일을 설립했다. 1903년에는포드가 포드자동차를 설립해 자동차산업의 최강자로 등장했다. 만들기만 하면 날개 돋치듯 팔리던 '공급자 우위의 시대'에 기업의 효율성과 수익추구는 최선의 가치였다. 이들 기업가들은 거의 독점적으로 사업을 영위했고, 공해물질 배출문제나 노동자의 비인간적 삶 등은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1903년에는 악덕기업의 활동을 조사, 감시하는 특별기구가 설립되었다. 스탠더드 오일, 듀폰, 담배회사, 정육기업 등이 독점 혐의로 기소되었다. '독점파괴자'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실제 루스벨트 대통령은 협상과 조정을 통해 독점을 신중하게 규제함으로써 정부의 '대기업 규제'의 정당성을 확보했고 이는 지금까지 미국 기업 규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대기업의 반발이 거세긴 했지만 한편으로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려는 움직임도 생겼다. 록펠러는 막대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여 의학연구소, 교육재단 등을 설립했다. 카네기 역시 인생의 전반부는 돈을 버는 데 쓰고, 후반부는 그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쓰고 싶다는 자신의 소망을 이루었다. 밴더빌트도 대학설립에 막대한 자금을 기부해 '자선가'로 불린다. 특히 록펠러는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사업가'에서 '국민적 자선가'로 칭송을 받게 되었다. 오늘날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마크 주커버그 등 미국의 기업가들이 유난히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가지며 기부를 실천하고 있음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기업사는 발달과정이나 속도, 정부의 역할, 환경 등에서 미국과는 많이 다르다.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기업의 발달부터 본다면 우리는 65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는 셈이다. 우리에게 재벌기업은 '효율'에 방점을 찍고 달려온 결과다. 재벌기업의 개혁이 또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가 '효율'과 '공정'사이에서 제대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정경유착의 스캔들은 반복된다.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놓쳤는지 되짚어보고 이제는 그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이은형 교수(국민대학교 경영학부, 한국여성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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