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변협회장 김평우 변호사 소동에 "당연한 권리" 주장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문제원 기자]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박근혜(직무정지)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이 소란을 피우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재 재판부에 공정성 시비를 거론한 대통령 측이 무리한 증인신청과 증거채택 요구를 계속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급기야 고성을 지르며 재판 진행마저 방해한 것이다.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15차 변론 막바지에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가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선언 이후 변론권을 무리하게 요청해 소동이 일었다.
그 동안 변론 후 심판정에서 기자와 방청객들을 향해 소리를 치거나 태극기를 꺼내드는 등의 행동으로 종종 제지를 받았던 같은 대리인단의 서석구 변호사조차 김 변호사를 제지했지만 김 변호사의 요구는 계속됐다.
김 변호사는 "제가 지금 하겠다는 데 왜 (막나). 오늘 제가 준비 다 해왔는데, 이건 말이 안된다"며 "12시에 꼭 (변론을) 끝내야 한다는 법칙이 있나"고 말했다.
'변론 기회를 달라'며 김 변호사가 벌인 돌출행동은 증인신청과 증거채택, 대통령의 변론 출석 시 신문 가능 여부 등 대통령 측이 제시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휴정시간을 벌어 대응책을 마련하려했던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가 "김 변호사가 준비했다는 내용은 대리인단 전체와 미리 상의한 내용은 아니다"라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통령 측은 김 변호사의 소동을 '당연한 권리'라며 옹호했다. 이 변호사는 변론을 마친 후 기자들과 가진 브리핑에서 '김평우 변호사의 행동이 부적절해 보인다'는 질문에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변호인이 변론하겠다는데 제한 한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변호인이 변론권을 달라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변론을 하겠다는 데 (재판부가) 못하게 한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측은 이날 증인신문이 예정됐다가 불출석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다시 증인신청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등이 재판부로부터 모두 직권취소되고, '고영태 녹취파일'도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공정성 의심'을 언급하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의 진행이 공정하지 않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상당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 전 이사 증인신청과 녹음파일 증거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는 "상당히 유감"이라며 "변호인단 전체 회의를 거쳐 다시 신청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가 박 대통령이 헌재 심판정에 출석할 경우 국회 측과 재판부의 신문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한 것에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과 출석여부를 논의해보겠다. 지금까지는 간접적으로만 상의했다"면서도 "대통령이 나와 신문을 받는 것이 국가 품격에 좋겠나"고 말했다.
한편 이날 소동을 일으킨 김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2009~2011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헌재 자문위원, 대법원 대법관제청자문위원을 지냈고, 지난 16일부터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했다. 최근 조갑제닷컴에서 '탄핵을 탄핵한다'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소설가 고(故) 김동리씨의 아들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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