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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민낯]⑧결혼의 끝, 이혼 잘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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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혼'은 가능한 것일까?

이혼인구 10만의 시대, 결혼 못지않게 이혼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더이상 이혼은 감추고 숨겨야 할 치부가 아니라 떳떳하게 공개하되 보듬어야 할 개인의 상처가 아닐까. 사진 = 게티이미지

이혼인구 10만의 시대, 결혼 못지않게 이혼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더이상 이혼은 감추고 숨겨야 할 치부가 아니라 떳떳하게 공개하되 보듬어야 할 개인의 상처가 아닐까. 사진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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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존 스튜어트 밀은 인간의 자유를 “개인의 행동 중 사회의 제재를 받아야할 유일한 것은, 그것이 타인과 관련되는 경우뿐이다.”라고 규정했다. 결혼은 개인과 개인이 만나 가정을 이루는 법적 계약관계로 밀의 주장과 같이 사회의 법적 제재를 받지만, 그는 뒤이어 이런 말도 남겼다. “반대로 자신만 관련된 경우 그의 인격의 독립은 당연한 것이고 절대적인 것이다. 자신에 대해, 즉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대해 각자는 주권자다.”

굳이 먼지 쌓인 공리주의자의 말을 빌려와 결혼을 들여다 본 까닭은 ‘인격의 독립’을 위한 개개인의 고민, 최근 급증하는 이혼율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혼인 이혼 통계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30만 2800건, 이혼 건수는 10만 9200건으로 새로 출발하는 부부 3쌍이 생길 때 각자의 길을 걷는 부부 1쌍이 나오는 추세다. 이혼인구 10만 시대에 더 이상 이혼을 터부시 하고, 또 악착같이 숨기며 은근히 비난하는 세태는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을까. ‘결혼의 민낯’ 너머 성숙한 이혼문화를 놓고 고민하는 사례를 통해 ‘좋은 이혼’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24년 간 부부로 지낸 제프와 미셸은 두 딸과 지인들에게 자신들의 이혼과 새출발에 대해 떳떳하게 사실을 알리고, 이를 축하하는 '이혼 파티'를 가져 화제를 모았다. 사진은 두 사람의 딸인 엠마 베세라가 파티 준비 과정을 SNS 계정에 공개한 것. 사진 = twitter @Emma Becerra

24년 간 부부로 지낸 제프와 미셸은 두 딸과 지인들에게 자신들의 이혼과 새출발에 대해 떳떳하게 사실을 알리고, 이를 축하하는 '이혼 파티'를 가져 화제를 모았다. 사진은 두 사람의 딸인 엠마 베세라가 파티 준비 과정을 SNS 계정에 공개한 것. 사진 = twitter @Emma Becer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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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이혼식

다수의 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 있는 일본의 ‘이혼식’ 이벤트는 데라이 히로키(38) 씨가 처음 기획한 것으로, 지난 2009년 절친한 대학 선배의 부탁으로 첫 이혼식을 진행한 뒤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선 그는 현재까지 약 400쌍의 이혼식을 프로듀싱 하면서 지켜본 결과 “축하받고 출발하는 결혼식만큼이나 결혼생활의 종결을 맞는 이혼을 함께 형성한 인맥, 친지들 앞에서 공표하는 의식 또한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비록 결혼 생활은 종식됐지만 이들이 형성한 관계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자녀들을 두고 ‘부모’의 역할을 지속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이혼은 숨길 일이 아니라 그 이유를 자녀와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비난 보다는 서로의 새로운 출발을 존중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부부라는 배타적 독점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연적으로 필요한 ‘귀책’공방을 비교적 최소화 하고, 각자가 쌓아올린 사회적 성과 또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므로 이혼을 알리는 행사 수요가 차츰 생겨날 것이라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24년 간 부부로 지낸 남편 제프 베세라와 아내 미셸 마호니는 두 딸에게 자신들이 각자의 삶을 살기로 했다는 사실을 전한 뒤 함께 이혼 파티를 준비해 가족과 지인들 앞에서 두 사람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딸 엠마는 트위터에 이 파티 준비 과정을 올리며 ‘부모님의 이혼과 파티를 이해하고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남겨 많은 이의 지지와 공감을 산 바 있다.

우리나라 이혼법에 있어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있는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논쟁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지적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여전히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학자 변화순 팸라이프 가족연구소 소장은 이 같은 법적 제도가 개선되지 않고는 '좋은 이혼'은 여전히 요원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사진 = 게티이미지

우리나라 이혼법에 있어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있는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논쟁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지적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여전히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학자 변화순 팸라이프 가족연구소 소장은 이 같은 법적 제도가 개선되지 않고는 '좋은 이혼'은 여전히 요원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사진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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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혼, 가능할까?

30년 간 가족정책과 이혼을 연구해온 사회학자 변화순 소장(팸라이프 가족연구소) 은 변화하는 가족구조에 발맞춰 ‘좋은 이혼’이 가능하려면 법·제도의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하는 한편 결혼의 민낯은 이혼이 아닌 애증이란 양가감정에서 드러난다고 해석했다. 다음은 변 소장과의 일문일답.

- 갈수록 전통적 형태의 가정은 이혼을 통해 해체되고, 젊은 세대는 결혼을 기피하는 관계로 가정을 꾸리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변화양상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가?

“예전에는 가족이란 울타리가 견고했다. 이혼을 하고 싶어도 가족이 우선이었고, 미혼자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결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역할 위주에서 감성 위주의 사회가 되니까 그 튼튼한 가족구조의 오랏줄이 더 이상 개인들을 엮어낼 수 없는 상황이 온 거다. 효를 중심으로 한 유교적 윤리로 남성이 기득권을 갖는 종전의 역할중심의 가족구조가 이제 관계중심으로 움직이니 여성이 그 울타리 안에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어졌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이혼과 비혼이 늘어난 것이다.”

- 그렇다면 여권신장과 이혼율 증가는 어느 정도 관계를 갖고 있는지?

“여권신장에 한정할 사안은 아니다. 종래의 전통사회 당시 인습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남성중심이었기 때문에 변화한 사회에선 더 이상 그 부분을 참고 살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과거에는 이혼 후 경제적으로나 자녀 양육, 사회적 평판이 모두 여성에게 불리했지만, 가족법 개정 이후 남성평등사회로 진입하면서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기 인생을 찾고 싶어 하는 여성이 많아진 것이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자기표현의 발현인 셈이다.”

- 이혼 당사자들은 이혼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회적 시선이 여전히 이혼에 부정적임을 시사하는 대목인데, 전문가 입장에서 ‘좋은 이혼’이 우리 사회에도 가능할까?

“가능여부 판단에 앞서 부부의 마음을 좋은 이혼으로 이끌 수 있는 제도적 여건 마련이 우선이다. 이혼에 있어 유책주의를 고수하는 우리 법상 이혼을 결심한 부부는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쪽에 치우치기 마련이다. 파탄이혼은 소수의 판례를 통해 인정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법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재판이혼에서 조정전치주의에 따라 가능한 상대방이 나쁘다는 걸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여자의 경우 ‘남편이 가정폭력이 있다, 야동을 많이 본다’로, 남편의 경우 ‘아내가 애인이 있다’ 등으로 유책을 걸다보면 없는 사실도 부풀려 말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자녀가 있는 부부의 경우엔 아이들에게 이 과정이 고스란히 노출되지 않나. 프랑스를 위시한 서구권 국가에서 파탄이혼을 인정하는 건 이미 ‘책임’의 문제가 국가에서 개인에게 넘어왔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법·제도적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좋은 이혼, 쿨한 이혼은 아직 우리 사회 여건상 어려운 현실이다.”

- 그렇다면 ‘결혼의 민낯’은 무엇일까?

“사랑과 증오의 양가감정이 아닐까. 누군가를 싫어하고, 증오하는 감정은 사실 내면에 있는 나의 싫은 점을 상대방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민낯이라 함은 장단점을 다 보는 게 아닌가. 이혼을 결심하고 찾아 온 부부에게도 서로 채워질 수 없는, 그러나 의존하고 싶은 양가적 역동성이 존재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혼을 결심하고 상대의 잘못을 찾는 과정에는 상대방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장단점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즉 자아이질성을 파악하고 커플관계의 역학을 살피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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