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재결집의 계기?…대선 정국, 급속히 북풍에 휘말려
일부 '반공보수'는 자유한국당에 흡수,
근대화보수·시장보수는 요지부동
"수차례 북풍 예방주사가 파급효과 줄일 것"
"노무현 정부 이후 북풍 아닌 남풍도 선거에 영향 못 줘"
"아프더라도 지금은 보수결집 아닌 신보수 창출에 노력할 때"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대선 정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북풍'(북한발 돌발사태)의 영향권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 갈 길 잃은 보수가 이를 재결집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정남 피살과 미사일 발사는 대선 정국에서 보수 세력에게 '안보 특수'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매우 민감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탄핵정국으로 붕괴 직전에 내몰린 보수층에선 이를 재결집의 촉매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여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진영이 '대세론'을 이끄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안보관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진 것도 보수층의 안보 불안 심리를 겨냥하기 위해서다. 한 여권 인사는 "범보수 대선 주자뿐 아니라 정당 지지율까지 반등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태극기 집회에 우호적인 한국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보수층 일부를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은 오히려 한 뿌리에서 갈라진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며 내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두 당은 경쟁적으로 '강한 안보'를 한목소리로 외치며 지지층 확보 경쟁에 나선 상태다.
일단 야권과 범여권의 대립구도는 형성됐으나 전문가들은 북풍의 파급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노무현 정부 이후 위력이 크게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대선의) 전체 판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예방주사를 수차례 맞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천안함 사건(2010년) 직후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찬가지로 북풍의 대척점에 있는 '남풍'도 6ㆍ15 남북 정상회담(2000년) 이후 지방선거나 10ㆍ4 정상회담(2007년) 직후 대선에서 거의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 교수는 "보수층은 크게 '반공보수''근대화보수''시장보수'로 나누어진다"면서 "이 중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등 탄핵 정국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반공 보수는 전체의 15%정도에 머무른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김정남 피살사건은 북풍의 대상이 아니라 안보의식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당선 뒤 북한에 간다는 문 전 대표에게 (잠시) 영향을 줄 순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보수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민주당 전당대회의 결과를 지켜보며 패배하는 쪽의 표를 흡수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전날 '성완종 리스트'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대선 채비에 나선 홍준표 경남지사를 보수결집의 촉매로 보기도 한다. 홍 지사 측은 친박(친박근혜)계와 각을 세우며 단숨에 유력 주자로 올라선다는 전략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벌써부터 한국당 경선에 나서 승리하면 바른정당 후보와 보수 단일화에 나설 것이란 얘기까지 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나서면 모를까, 홍 지사는 문 전 대표나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대항마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도 "일부 후보가 제기한 대선 범보수연합론도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있을 때나 (가능한) 얘기"라고 못박았다.
그는 "대선 전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면 오히려 보수의 미래를 찾기가 힘들어진다"면서 "아프더라도 지금은 '신보수'가 무엇이냐를 찾고자 노력할 때"라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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