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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는 풍경]학사모 쓴 '길거리 인생'의 반전드라마

최종수정 2017.02.16 11:03 기사입력 2017.02.16 11:03

'노숙인 대학' 성프란시스대학 12기 수료식…지난 15일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서 열려

지난 15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에서 열린 '노숙인 대학'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12기 수료식에서 수료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저녁에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노숙인 대학’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12기 수료생 이도림(58)씨가 지은 ‘행복’이라는 시다. 이씨는 “1년 간 진행한 인문학과정 중 문학 수업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1960년 서울 은평구에서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신발공장에서 일했고, 배를 타고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3년 간 생활하며 돈을 벌기도 했다.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것은 1998년 외환위기였다. 퇴직후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전전해야 했던 그는 결국 2004년 노숙인으로 전락했다. 그러다 서울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도움으로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착실히 돈을 모은 이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강동구 길동에 있는 방2칸짜리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이씨는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 13일부터 서울 송파구에 있는 가락시장에서 청소일을 하게 된 것. 이 일자리는 이씨에게 주어진 ‘아주 특별한 선물’이었다.
지난 15일 오후 4시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에 이씨처럼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는 15명의 노숙인들이 모였다. 이날 ‘노숙인 대학’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12기 수료식이 열렸다. 노숙인 1명은 개인 사정상 불참했다. 생전 처음 학사모를 쓰고 졸업가운을 입은 노숙인들은 연신 웃음 짓고 있었다.

이날 노숙인들의 가슴 속엔 희망이라는 단어가 아로새겨졌다. 공로상을 받은 이윤(59)씨는 “교수님들께서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강조했다. 그러다보니 정말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삶에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 노숙인은 “방송통신대에서 문학을 전공하면서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1년 간의 대학생활을 담은 영상을 보던 중 눈물을 훔치는 수료생도 있었다. 1년 전 이맘때 같은 장소에서 인문학과정을 수료했던 11기 수료생 손윤식씨가 피리 공연을 선보이자 열화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기도 했다.

수료생 대표로 대학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이도림씨는 “처음엔 우리가 인문학을 배운다는 게 생소했다. 그런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참 빨리 지난 것 같아 아쉽다”면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친구가 돼 주는 소중한 관계를 맺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는 2005년부터 노숙인들이 재기의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성공회대에서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문학, 역사, 철학 강의 등을 통한 치유의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이 센터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노숙인은 지난해 6월 기준 4040명에 이른다. 2014년 4558명, 2015년 4099명에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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