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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차리는 법…'전통 vs 현대'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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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동 쪽방 추석맞이 합동차례상 차리기

돈의동 쪽방 추석맞이 합동차례상 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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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정한수 한 그릇 떠놓고 하자, 신비롭게."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에서 여주인공이 결혼식을 앞두고 한 말이다. 온갖 형식과 허례(虛禮)를 멀리 하고 소박하지만 개성적이고 특별한 감동이 있는 예식을 추구하기 시작한 최근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설이나 추석, 조상님 기일에 지내는 차례ㆍ제삿상 차리는 일도 마찬가지다. 전통 예법을 강조하기 보다는, 조상님과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만 담을 수 있다면 족할 뿐, 다른 어떤 것도 허례허식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창조적 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동양적 예법의 창시자격인 공자도 예(禮)를 애인(愛人), 즉 인(仁)을 실천하기 위한 행동규범으로 여겼을 뿐, 사람을 괴롭히는 수단이라고는 하지는 않았지 않은가?

▲전통적인 차례·제사 지내는 법
먼저 제사 상차림하는 법을 살펴 보자. 용인 제사 음식(제수ㆍ祭需)의 종류는 지방과 가정마다 다르다. 어느 곳에서는 상어 고기, 삶은 문어, 고래고기가 오르는 등 기후ㆍ풍토에 따라 다양하다. 차리는 법(진설ㆍ陳設)도 각자 다르다. 전국적으로 그나마 표준적으로 쓰이는 용어ㆍ방법은 이렇다.

먼저 제사에 쓰는 간단한 단어의 뜻을 알아두자. 제사에 쓰는 밥은 '메', 국은 '갱', 숭늉은 '숙수', 구이는 '적', 부침개는 '전', 찌개는 '탕'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밥과 국, 수저, 술잔, 숭늉, 떡국 등은 지방(신위) 수, 즉 모시는 조상님 숫자 만큼 준비한다. 밥은 뚜껑을 덮고, 국은 쇠고기 뭇국이나 해안 지방의 경우 맑은 생선국을 준비한다. 숭늉은 물에 밥을 조금 풀어둔다. 나머지 음식들은 신위 수와 상관없이 준비하면 된다. 술은 정종이나 전통소주 등 맑은 술로, 식초와 간장은 종지에 담아서 차린다. 떡은 시루떡, 탕은 어탕, 육탕, 계탕 등을 준비한다. 부침개는 고기전, 생선전, 구이는 조기, 쇠고기, 닭, 포는 어포, 육포 등을 준비한다. 어포는 그릇에 담을 때 등을 위로 가게 한다. 김치는 나박김치, 나물은 3색 나물, 과일은 짝수로 담는다. 모든 제사 음식에는 마늘, 후추, 고춧가루, 파 등 향신료를 쓰지 않고 간장ㆍ소금만 쓴다.

제사 음식을 준비했으면 차리는 법도 따로 있다. 신위가 있는 쪽을 북쪽, 제사지내는 사람이 선 곳을 남쪽, 제삿상을 보고 섰을 때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으로 본다. 상 맨 안쪽에 병풍을 세운 후 신위를 붙이거나 병풍이 없다면 신위를 세워 둔다. 그 바로 앞인 1열에는 식사류인 밥ㆍ국을 놓고 그 앞에는 술 잔을 놓는다. 2열에는 구이ㆍ전, 3열에는 탕 종류, 4열에는 나물, 김치 등 밑반찬류, 5열에는 과일과 과자 등을 올린다. 상 앞에 향로, 모사 그릇, 퇴주 그릇 등을 준비한다.

참고로 제삿상 차릴 때 흔히 나오는 격언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 홍동백서(紅東白西) : 붉은 색의 과실은 동쪽에 놓고, 흰색의 과실은 서쪽에 놓는다 ▲어동육서(魚東肉西) : 생선은 동쪽에, 고기는 서쪽에 놓는다 ▲좌포우혜 : 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에 놓는다 ▲동두서미(東頭西尾) : 머리를 동쪽에 향하고, 꼬리는 서쪽을 향한다 ▲동조서율(東棗西栗) : 대추는 동쪽이고 밤은 서쪽에 놓는다 등이다.

차례상 차리는 법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차례상 차리는 법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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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지방을 써보자. 지방은 예전에 집집마다 사당을 두고 모시던 조상님의 위패(位牌)를 대신하는 것이다. 즉 신주(神主)가 없을 때 임시로 쓰는 위패다. 지방의 오른쪽에는 여성, 왼쪽에는 남성을 쓴다. 지방에는 제주와의 관계, 직위, 이름을 적고 마지막에 신위라고 쓰는 게 원칙이다. 아버지는 '고(考)', 어머니는 '비(?)', 조부모는 '조고(祖考)', '조비(祖?), 증조부모는 '증조고(曾祖考)', '증조비(曾祖?)', 고조부모는 '고조고(高祖考)', '고조비(高祖?)'라고 해 앞에 현(顯)을 쓰면 된다.

직위의 경우 남자 조상은 벼슬의 이름을 쓰거나 없으면 '학생'(學生), 여자 조상은 남편의 직위에 따라 정경부인(貞敬夫人), 정부인(貞夫人), 숙부인(淑夫人) 등의 호칭을 쓴다. 남편의 벼슬이 없으면 '유인'(孺人)이라고 쓴다.

고인의 이름은 남성은 모두 부군(府君), 여성은 본관과 성씨(예 : 김해 김씨)만 쓴다. 단 자식이나 동생은 이름을 쓴다.

이제 제사를 지내는 일만 남았다. 먼저 향을 피운 후 잔에 술을 부어 모사 그릇에 3번 나누어 붓고 두 번 절을 한다. 그 다음에 제주가 상에 직접 잔을 따른다. 수저를 정돈한 후 잠시 동안 공손히 시립한 후 수저를 거두고 뚜껑을 덮은 다음 절을 두 번 한다. 이후 지방과 축문을 불사르거나 신주를 다시 모시면 제사는 끝이 난다. 상을 치우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현대적 제례, 정성과 마음만 담으면 OK!"

그러나 이같은 전통 예법은 농경 사회에서 벗어나 산업 사회가 성숙되면서, 남녀 평등 문화와 가족 파괴·핵가족화·신개념 가족의 등장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심각한 도전에 처해 있다.

우선 과연 '전통'이 맞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통용되는 차례상 기준이 오래된 전통이 아니며, 조선 말기와 일제시대,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을 거치면서 생긴 관습일 뿐이라는 것이다. 즉 차례ㆍ제사 등을 통해 조상을 기리고 가족간의 친목을 다지는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치킨이나 피자 등 어떤 음식을 올려도 좋다는 얘기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이같은 주장을 펴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제사는 양반의 의무였고 평민들은 제사를 안 지냈는데, 조선 말기에 군역을 피하려고 돈으로 양반을 산 평민이 늘어나면서 홍동백서 등 민간 관습이 생겼다"며 "결정적으로 박정희 정부가 유교 이데올로기를 심으려고 '가정의례준칙'을 발표해 제사 상차림 기준을 정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특히 "원래 유교 예법에는 뭘 놔라, 뭘 놓지 말라 하는 게 없다. 떡국 하나만 놓아도 충분하다"며 "과거엔 설에 보름쯤 놀았는데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중간이 끊겼다. 중국은 춘절(春節), 일본은 마쓰리(祭)라 해 아직도 열흘 안팎을 논다. 우리가 잘못 살고 있다. 설에는 남녀노소 모두 푹 쉬고 놀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교적 전통에 입각해서도 명절 차례상은 간소한 게 맞다. 박광영 성균관 의례부장도 같은 인터뷰에서 "기(忌)제사 상차림은 집안 형편이 좋으면 거하게 차릴 수 있지만, 명절 차례는 술과 안주 몇 가지만 올리면 전통 제례에 맞다"며 "홍동백서니 조율이시니 하는 규칙은 주자가례 같은 예서(禮書)에 나오는 게 아니고, 약 40년 전부터 내려오는 민간 관습"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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