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25일 보수성향 인터넷 매체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진행과정을 좀 추적해보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특검 관계자는 26일 "특별히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은 이 같은 입장 아래 오는 2월 초로 예상되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위한 질문안 작성 등 실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전날 "압수수색을 하면 증거인멸 여부도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인멸 흔적이 있다면 거기에 대해 처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반발로 압수수색이 무산되면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특검은 '무관하다'는 원칙 아래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별개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검은 특히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뇌물수수 의혹을 집중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이 부회장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문제와 맞물린다.
법원이 앞서 구속영장 청구를 한 차례 기각하면서 뇌물을 받았다는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기각의 이유 중 하나로 제시했다는 관측과 관련해 특검 관계자는 "그런 취지로 기재가 돼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검은 뇌물수수 의혹의 당사자들, 즉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대질신문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언급하면서 "대질신문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했는지 여부도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서 특검이 집중할 대목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특검은 이날 오후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소환해 조사한다. 현 전 수석은 구속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이어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했다.
한편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이 기습 인터뷰를 한 25일 오전 특검에 붙잡혀오면서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소리치고 "(특검이) 박 대통령의 공동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박 대통령과 최씨 측이 지지자들을 향해 정치적인 메시지를 보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심판이나 최씨 등의 형사재판, 특검 수사와 실질적으로 관련 있는 사안이 아닌, 시중의 루머에 대한 해명에 주력한 것을 두고는 법리적 대응이라기보다는 조기대선 국면에서 정치적으로 마지막 힘을 쏟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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