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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단弄단]저출산 대책의 재구성, ‘좋은 저출산’과 ‘나쁜 저출산’을 구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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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전 국회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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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행정자치부는 전국 지자체별 출산 현황을 공개했다. 소위 ‘출산지도’ 논란이다. 여성들은 모욕감을 느꼈다. ‘여성이 애 낳는 기계냐’라는 항변이 쏟아졌다. 혹자는 ‘저출산 망국론’을 주장하며, 헌법에 출산의무를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과연 바람직한 접근일까? 이런 분들을 위해 역사적으로 저출산에 대한 해법은 이탈리아 무솔리니식 해법과 스웨덴 사민당의 뮈르달 부부의 해법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1930년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저출산에 맞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피임금지 ?성교육금지 ?낙태는 국가적 범죄로 낙인찍기? 아이 없는 부모에게는 벌금부과 ?이혼금지 등의 정책을 실행했다. 무솔리니 정책은 ‘저출산 극복’ 그 자체가 국가적 지상과제라면 모두 이해가 되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 방법론은 철저하게 ‘여성배제적-출산장려 해법’이다. 반면, 1930년대 스웨덴 사민당의 뮈르달 부부 해법은 철학이 달랐다. 먼저, 출산을 원하지 않으면 그것을 존중했다. 그리고 출산을 원하는 부부에 한해, 출산-보육 등의 과정에서 겪는 문제점을 '사회'가 함께 책임을 분담해주는 방식이다. 여성노동자가 임신을 할 경우 육아휴직을 적극 보장하고, 육아휴직 수당을 보장하고, 지역과 직장에 공공보육시설을 대폭 늘리는 것이었다. 이러한 방법론은 ‘여성친화적-출산장려 해법’이다.

현재 한국의 저출산 대책은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이 생략되어 있다. 첫째, 저출산에 대한 ‘원인분석’이 없다. 둘째, ‘왜’ 저출산이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없다. 이러한 근본적 질문의 생략은 저출산 망국론이라는 선동적 구호, 그리고 권위주의적 마인드와 만나게 되면 출산지도 같은 정책을 잉태하게 된다. 이는 무솔리니적 해법과 철학적 친화성을 갖는다. ‘여성배제적’ 출산장려 해법이다. 실제로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다.

이런 폐해를 막으려면, 저출산 개념을 둘로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 ‘자발적-여성친화적 저출산’이다. 둘째, ‘비(非)자발적-여성배제적 저출산’이다. 자발적-여성친화적 저출산의 대표적인 경우는 여성의 고학력화와 여성의 전문직화로 인한 저출산이다. 여성들의 학력이 높아짐에 따라 결혼이 늦어지고 가임기간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여성들의 학력이 높아짐에 따라 전문직 진출이 늘고, 남성소득과 유사해지고, 여성의 상대적인 시간가치가 높아져 출산율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자본주의적 산업화 이후 내내 심화되는 경제학적 메커니즘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남녀평등에 우호적이고, 여성해방에 친화적이다. 후자에 해당하는, 비(非)자발적-여성배제적 저출산은 뮈르달 부부가 연구하고 제안한 정책적 해법과 같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해법은 ‘일-가정 양립’을 도와주는 것이다. 한국적 현실을 감안할 때, 유연근무제 확대, 질좋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를 정책의 중심에 놓을 필요가 있다.


정리해보면, 저출산은 ‘좋은 저출산’과 ‘나쁜 저출산’이 있다. 여성의 지위가 올라가는 저출산은 ‘좋은-자발적-여성친화적’ 저출산이다. 이런 경우는 불가피한, 우리사회가 수용해야 할 저출산이다. 반면, 여성이 아이를 낳고 싶지만 일-가정 양립이 안 되어서, 지나치게 높은 아이양육비 때문에 발생하는 저출산은 ‘나쁜-비자발적-여성배제적’ 저출산이다. 사회가 책임을 나누고 도와주면 해결 가능한 저출산이다. 저출산 담론이야말로 오히려 '페미니즘적'(+여성 노동자적) 관점이 중요한 이유이다.
최병천 정책혁신가(전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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