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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38] George Harrison - Wonderwall Music(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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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아티스트의 조용한 시작

George Harrison - Wonderwall Music

George Harrison - Wonderwall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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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에서 첫 솔로 앨범을 낸 멤버는 그룹의 막내 조지 해리슨이다. 그는 ‘조용한 비틀’이었지만, 창작의 불꽃은 내면에서 진지하게 타올랐다. 하지만 비틀즈의 상황이 막내의 열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밴드의 작업은 레논과 매카트니 콤비가 주도했고 조지는 비틀즈 앨범에 자신을 충분히 드러내기 어려웠다. 뒷전에 선 처지와 과도한 스케줄에 지쳐가고 있었을 즈음 조지는 영화 〈원더월(Wonderwall)〉의 감독 조 매솟(Joe Massot)을 만난다. 매솟은 비지스(Beegees)에게 사운드트랙을 의뢰했지만 거절당했고 차선으로 조지 해리슨에게 부탁한다. “당신의 음악이라면 무엇이든 좋다”는 감독의 말은 용기를 줬다. 조지도 처음엔 정중히 거절했지만, 자신의 음악을 내보일 자리가 필요했다. 〈원더월 뮤직〉은 좋은 기회였다.

재킷 속에는 하나의 벽에 가로막힌 두 세계가 있다. 창백한 배경 속 사내는 벽을 향해 있고, 벽 건너는 꽃과 나뭇잎이 무성하고 즐거운 여인들이 머무는 세계다. 벽에는 구멍이 났다. 이 재킷 이미지는 영화의 내용을 축약한다. 〈원더월〉은 아파트 사이의 벽을 통해 아름다운 사진가 페니 레인을 훔쳐보는 괴짜 교수 오스카 콜린스의 이야기다. 영화음악 역시 재킷의 이미지와 비슷하다. 녹음의 절반은 런던의 애플스튜디오, 절반은 봄베이에서 진행되었는데 앨범에는 서구음악과 인도 전통음악이 공존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비틀즈나 팝 뮤지션의 음악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인도음악의 영향력이 아주 강렬하다. 〈서전페퍼(Sgt.Peppers)〉를 전후로 조지가 보여준 인도음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지만, 인도의 이국적인 사운드가 영화의 몽환적인 장면들과 아주 잘 어울린다.
봄베이 세션에선 현지 뮤지션들이 시타르와 수르바하르(저음 버전의 시타르) 등 전통악기를 적극 사용했다. ‘구루 반다나(Guru Vandana)’는 어떤 서구 뮤지션도 시도하지 않았던 인도풍의 곡이며 아예 ‘싱잉 옴(Singing Om)’은 인도의 찬송가다. 앨범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인 ‘러브 씬(Love Scene)’은 매우 이국적인 음색에도 편안하다. 인도음악의 영향 속에 서구의 흔적도 드러난다. ‘레드 레이디 투(Red Lady too)’와 ‘드릴링 어 홈(Drilling a Home)’은 피아노의 상반된 매력을 담았다. ‘파티 시컴(Party Seacombe)’은 〈매지컬 미스테리 투어(Magical Mystery Tour)〉에 실렸어도 좋았을 법하다. ‘스키-잉(Ski-ing)’의 익숙한 기타 소리는 에릭 클랩튼이다.

롤링스톤지는 이 앨범이 인도음악의 깊은 전통을 단순하게 다뤘다는 평(it reduced a complex tradition to a collection of hip background sounds)과 함께 ‘위대한 아티스트의 끔찍한 데뷔 앨범 20선’에 올렸다. 물론 이 앨범이 사운드트랙이기에 갖는 한계는 분명하다. 수록곡들은 가사 없는 연주곡이며 대부분 짧다. 그렇다 해도 영화의 성격보다는 뮤지션의 음악성이 두드러지며 퓨전음악의 시초격인 앨범이라는 의미도 크다.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디 이너 라이트(The Inner Light)’는 멤버들에게 높이 평가되며 비틀즈의 싱글로 발매되었다. 여러모로 음악적 성취가 적지 않은 셈이다. 무엇보다 조지 해리슨의 진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어 감동적이다. 레논이나 매카트니 같은 멤버가 한 팀이라면 부와 명예가 보장된다. 보통은 그 상황에 만족할 법하다. 하지만 조지는 결코 안주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다. 범인(凡人)은 보일 수 없는 묵직한 행보다.


서덕(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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