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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떼고 일하시죠"…진화하는 IT업계 조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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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직급 없앤 네이버…영어 닉네임 부르는 카카오
권위 줄이고 빠른 의사결정 위한 수평문화 지향…야근 문화는 여전


한성숙 네이버 신임대표 내정자

한성숙 네이버 신임대표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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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이사'라는 임원 직급을 없앤 회사가 있다. 더 높은 임원도 정규직에 포함시켰다. 이른바 '차상무'나 '방상무' 역시 사라진다.
새해 벽두 네이버( NAVER )의 조직개편이 신선한 충격을 준다. 수평적 의사소통을 중시하고 이를 통해 업무의 시너지를 내려는 정보통신(IT)업계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위계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산업군과 크게 다르다.

◆'수평적 조직' 추구하는 IT업계= 네이버는 위계 중심 조직에서 '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사' 직급이 사라지면서 프로젝트나 셀을 이끌던 임원들은 '리더'로 남게 됐다. 네이버에서는 임원 뿐 아니라 부장급 이하 직원들에게도 직급이 없다. 호칭은 모두 '님'으로 통일한다. 이사 직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주던 차량이나 독립적 근무공간, 회원권 등의 혜택은 없애고 그에 해당하는만큼 연봉에 포함시켜준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사 직급을 없앤 것은 조직의 유연성을 키우고 기민하게 움직이기 위해서 만든 조치"라며 "'이사'와 '리더'는 호칭에서부터 주는 거리감이 다르고, 이사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을 맡긴다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업무절차를 최소화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로 조직을 변화시켜온 네이버의 또다른 결정이다. 지난해 네이버는 조직장에게 예산에 대한 책임을 주는 '책임예산제'를 도입했다. 그외에도 휴가나 출장, 외근, 비품 신청 같은 결재도 본인이 승인한다. 출퇴근 시간을 정하지 않는 '책임근무제'도 운영 중이다.

카카오 는 이사나 부사장 등의 직급은 남아있지만 임원과 평사원 구분 없이 모두 정규직이다. 임원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복지혜택도 없다. 호칭도 수평적이다. 부장, 과장, 사원이라는 직급 호칭 대신 영어 닉네임으로 부른다. 직원들은 임지훈 대표를 '대표님' 대신 닉네임인 '지미'라고 부른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에서는 모두가 직급이 같고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때문에 고용은 안정적으로 유지하되 별도의 복지 혜택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호칭만 수평이 아니라 신분도 동일하게 유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

임지훈 카카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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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 강조하지만…야근은 잦아 = IT업계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비교해 연차나 권위보다 실력으로 평가받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근속연수나 정년이 훨씬 짧다. 국내 주요 상장사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1년이지만 네이버는 평균 5.3년, 엔씨소프트 는 4.9년에 그친다. 개발자들의 경우 연차보다 실력으로 평가받는 분위기가 자리잡혀 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경쟁이 심하다는 의미다.

IT기업들이 위계를 없애는 것도 실력으로 평가하는 기업문화를 강조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IT업계는 타 업종에 비해 변화가 빠르고 적응하지 못하면 곧바로 도태된다는 위기의식이 크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도 "매일 아침 가장 두려운 스트레스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것"이라며 "(IT 서비스는)국경이 없고 시간 제약이 없어서 (이용자가) 바로 써보고 이동할 수 있는데 그런 상대들과 어떻게 싸울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을 정도다.

IT업계의 수평 문화 지향은 국내 기업 고유의 야근 문화와 공존한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게임업계에서 야근은 곧 일상이다. IT업계의 근속연수가 짧은 이유도 치열한 경쟁과 과도한 업무를 버텨내지 못한 직원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한성숙 신임 대표 역시 주말 없이 일하고 30분, 1시간 단위로 릴레이 회의를 주재하는 워커홀릭으로 알려져있다.

한 대표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하고싶으면 될 때까지 견뎌야한다"며 "산에 올라가서 꼭대기에서 내려다보기 위해 그까지 올라가듯,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잘 견뎌내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를 세웠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견뎌야 한다는 업무 지론이 담겨있다. 네이버가 더 혹독한 조직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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