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 바탕으로 맥주시장 빠르게 잠식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5캔에 1만원', '4캔 6000원'.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구다. 수입맥주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이같은 할인행사로 국내 맥주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다.
12일 관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수입액은 1억8206만달러(1~11월 누적금액을 산술평균한 추정치·한화 약 2200억원)로 전년보다 28.3%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해외 맥주 수입량은 2013년 8967만달러, 2014년 1억1169만달러, 2015년 1억4186만달러로 연 평균 20~30% 안팎 성장했다.
수입맥주들은 생산원가를 파악할 수 없는데다 현행법상 국산맥주보다 30% 이상 저렴한 주세율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로 수입되는 맥주 제품의 경우 원가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파격적인 가격 할인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관세청 통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맥주의 평균 가격(수입 신고가에 주세 등 각종 세금을 합한 가격)은 네덜란드산의 경우 820원, 미국산은 1107원이다.
이같이 저렴한 금액의 수입맥주는 단품의 경우 3000~40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묶음 할인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풀려진 가격에서 할인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마실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동일한 가격에 판매되더라도 주세법상 국산맥주가 부담하는 세금이 많고 할인 판매되는 수입맥주의 경우 국산맥주의 출고가(약 1100원)와 가격 차이가 나지 않아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맥주의 경우 국세청에 제조원가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없게 돼 있다. 반면 수입맥주는 원가를 신고할 필요가 없어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때문에 수입맥주의 파격적인 할인행사에는 수입가를 낮게 신고해 주세를 낮추는 꼼수가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매가를 부풀린 후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같은 국산과 수입맥주와의 경쟁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18년 7월1일부터 유럽산 맥주에 대한 수입관세가 0%로 전면 철폐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내 맥주제조사 관계자는 "수입맥주는 적은 세금을 내면서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가능하도록 하면서 국산맥주에는 과도한 규제가 많다"며 "수입맥주에 국내 맥주시장을 잠식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빠른 시일내에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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