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지식인들을 더 이상 존중하지 않게 된 것은 대개 지식인 스스로의 탓입니다. 그러나 지식인의 목소리가 사라진 사회가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역사 관련 학회장에 일부 단체가 난입해 학회를 방해하고, 몇몇 교수들을 위협한 적이 있습니다. 학문적 자유와 토론이 억압되면 사유는 퇴보합니다. 그리고 이성과 사유의 진공지대에는 흔히 파시즘과 선동이 파고든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우리 사회에도 조짐이 보입니다. 종교적 이유로 진화론 교육을 터부시하는 학교가 생겨나고 있는가 하면, 의사를 사기꾼 취급하면서 백신을 맞지 말자는 주장이 널리 퍼져나가기도 합니다.
그는 연구에 근거하지 않고 섣불리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 용기 있게 발언했습니다. 연구결과를 통해 분배지향적 정책의 필요성을 믿게 되자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한 목격담에 따르면 그는 심지어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시장 길목에 서서 사람들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빈민구제프로그램을 홍보한다거나, 정부를 향한 주장을 외친적도 있다고 합니다. 점잖은 교수체면에도 말이지요.
그는 말년에 골수종을 앓았습니다. 그러나 70대의 암환자이면서도 마지막까지 연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가 최근 매달린 주제는 놀랍게도 인공지능과 노동문제였습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실업, 그리고 그것이 야기할지 모르는 불평등의 심화는 그를 염려하게 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대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더 열정적이 되었고, 다양한 분야의 젊은 학자들과 어울렸으며, 모든 국민에게 국가가 기본상속금을 주자는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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