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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쩐긍긍’하는 세상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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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돈’展 내달 16일까지, 사진·회화 등 스물한 점
참신한 4인 작가, 각자 방식으로 돈의 가치 탐구
화폐 자체의 아름다움과 비판의식 동시에

‘쩐쩐긍긍’하는 세상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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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세상만사 돈과 관련되지 않은 일이 있을까? 모두 돈 때문에 울고, 돈 때문에 웃는다.
지난 한 해 동안에도 굵직한 사건 중심에는 여지없이 돈이 있었다. 최순실 사건과 관련한 수조 원대 비자금 액수에 혀를 내둘렀고 “돈도 실력이니 부모를 탓하라”는 따끔한 충고(?)도 들어야 했다.

그런가 하면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청년의 월급명세서를 보고 안타까워하거나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얻으려고 새벽부터 줄을 선 노인들의 모습을 보고 미래를 걱정하기도 했다. 생활 속에서도 돈은 항상 우리를 괴롭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넘쳐나는 돈 자랑은 이제 예삿일이다. 얄팍한 주머니 사정에 비해 치솟은 물가를 지켜보며 또 한 번 낙담하기도 한다. 새해 경제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여기 팍팍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공유하고 위로해줄 전시가 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아트스페이스J(1월5일~2월16일)는 2017년 새해 첫 전시로 '우리에게 돈은 어떤 의미인가'를 되돌아보고자 ‘그놈의 돈’ 전을 기획했다. 사진, 회화 등 작품 총 스물한 점을 전시한다.
노재림, Coins in the bottle 2-이데아.비둘기2, 160x106.7cm, Oil on canvas, 2015(사진 왼쪽), My passioned love song 2, 130x130 cm, oil on canvas, 2013(사진 오른쪽)

노재림, Coins in the bottle 2-이데아.비둘기2, 160x106.7cm, Oil on canvas, 2015(사진 왼쪽), My passioned love song 2, 130x130 cm, oil on canvas, 2013(사진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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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작가 네 명은 각자의 방식으로 돈을 탐구해 관람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큐레이터인 한혜원 아트스페이스J 실장(37)은 “지난해 가을부터 4~5개월간 기획하고 관련 작가를 찾았다. 전시에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는 없다. 중립적 의미에서 돈을 돌아보고자 했다. 돈 때문에 부정부패가 생기기도 하지만, 땀의 결과물인 돈 자체는 신성하며 나쁘지 않다. 개인에게 돈의 가치가 무엇인지 연초에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화폐인 동전은 전 세계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다. 노재림 작가(41)는 동전 위에 자전적 이야기 또는 지인과 가족의 일상을 극사실적으로 모사한다. 2013년부터는 기념주화 시리즈에 심취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했다. 그 해와 2015년 ‘코인 스토리(Coin Story)’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노 작가는 “동전 안의 문양을 다른 이야기의 이미지로 변형해 표현한다면 세계 유일하게 존재하는 기념적 주화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소중한 기념적 주화를 사실적으로 표현해 만들어낸다면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 작가는 여느 수집가 못지않게 전 세계 동전을 모았다. 사진촬영 후 거기에 조형적 의미를 더해 작품을 완성한다. 2014~2015년에 발표한 ‘이데아(idea)’와 ‘코인스 앤 플라워스(Coins and flowers)’ 시리즈는 권력과 부에 대한 비판이다. 동전과 함께 그린 새와 꽃은 권력과 대비되는 순수한 자유와 휴머니티를 상징한다. 현실과 환상을 대표하는 전혀 다른 두 소재를 한 폭에 담아 초현실적이고 본질적인 이데아를 만들었다.

정지필, 작은돈-1파운드,180x180cm, C-print, 2012(사진 왼쪽), 작은돈-500원짜리,180x180cm, C-print, 2012(사진 오른쪽)

정지필, 작은돈-1파운드,180x180cm, C-print, 2012(사진 왼쪽), 작은돈-500원짜리,180x180cm, C-print, 2012(사진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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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필 작가(36)는 작은 동전 하나도 가치 있고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창조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돈’ 연작을 통해 동전 자체가 갖는 아름다움을 담담하게 사진에 담았다. 정 작가는 “동전은 작은 조각품이다. 그 조각품이 사회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상황을 거치고 긁힘과 찍힘으로 점점 다른 조각품이 돼간다. 100원 동전에 있는 이순신 장군 얼굴이 모두 비슷한 것 같지만 확대해서 보면 다 다르다”고 했다.

2012년부터 동전에 집중해 지금껏 마이크로(micro) 접사 촬영을 계속했다. 동전을 닦고 초점을 바꾸면서 수백 장을 찍고 초점에 맞는 부분들만 이어 붙인다. 작은 돈 제목과는 다르게 대형 고화질 사진으로 재탄생한 작품은 동전에 대한 일반적 관념과 가치를 넘어서서 또 다른 의미를 전해준다. 작가는 오는 4월에 열릴 개인전에서도 ‘이순신 장군(2015)’ 연작을 계획하고 있다.

채정완 작가(29)는 개인적 혹은 사회적 불만에서 오는 답답함을 창작이라는 유희를 통해 표출하며 타인과 공감을 시도한다. 직접 돈을 소재로 하지 않고도 은유와 함축적인 돈 이야기를 그려 사회 현상을 풍자한다. 채 작가는 ‘고사(2015)’를 통해 돼지머리 대신 인간의 입에 돈을 물려주거나 카라바조(Le Caravage)의 ‘의심하는 도마(1601~1602)’를 패러디한 ‘보여주고 증명하다(2015)’를 통해 타락한 종교의 황금만능주의를 비판한다.

채정완, 고사, 137x91cm, Acrylic on canvas, 2015(사진 왼쪽), 보여주고 증명하다, 112.5x145.5cm, Acrylic on canvas, 2015(사진 오른쪽)

채정완, 고사, 137x91cm, Acrylic on canvas, 2015(사진 왼쪽), 보여주고 증명하다, 112.5x145.5cm, Acrylic on canvas, 2015(사진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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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진 작가(34)는 회화는 물론 영상, 실크스크린, 리소그래피,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섭렵했다. 주로 화폐를 소재로 금융화된 현대경제의 허구성을 복원하고, 금융의 유동성과 투기성을 해체하는 시도를 지속했다. 1달러 화폐에다 1000원짜리 지폐에 있는 매화와 기와집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재조합해 얹혀놓는가 하면 가상의 은행인 무디프라이스뱅크(Moody Price Bank)에서 발행한 신용카드를 제작해 현대 금융시장을 풍자한다. 화폐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길로시(Guilloche)패턴을 활용한 작품도 있다.

최 작가는 변화된 돈의 가치에 집중하며 현대경제학이 상실한 인문학을 회복하고자 한다. 그는 “예전에 달러는 고정 가치였다. 1971년 금본위제 폐지가 가져온 닉슨쇼크로 모든 화폐는 유동적으로 바뀌었다. 필요 이상으로 유동적이고 복잡해졌다”고 했다.

최세진, Won-Dollar, 81x61cm (3x8=24 pics), 미화 1달러 지폐 위에 리소그래피, 실크스크린, 아크릴릭, 2014(사진 위), In Mammon We Trust, 29.7x21cm, PVC 위에 전사, 금박, 2014(사진 아래)

최세진, Won-Dollar, 81x61cm (3x8=24 pics), 미화 1달러 지폐 위에 리소그래피, 실크스크린, 아크릴릭, 2014(사진 위), In Mammon We Trust, 29.7x21cm, PVC 위에 전사, 금박, 2014(사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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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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