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의 진화를 대표하는 첫 번째 특징은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액 모금, 즉 크라우드 펀딩에 의한 것이다. 이는 미국 또는 영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됐고 우리나라에도 빠르게 정착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연을 한 번 공유할 때마다 기부금 1000원씩을 적립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는 플랫폼 '쉐어앤케어'는 연말 모금 캠페인에서 10일 만에 1억원을 모금했다. 지난 10월, 신경섬유종으로 얼굴 전체가 종양으로 뒤덮여 고통을 받고 있던 심현희씨는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사연이 알려진 후 네이버 해피빈, 스브스 뉴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후원을 받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후원금액이 무려 10억원이 모였고, 제대로 후원금이 쓰일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심현희 지원위원회'도 구성됐다.
그 외에도 건강한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가 판로를 개척하는 데 도움을 받았으며 휠체어를 탄 여행가, 고려인 아이들에게 전래동화 선물하기 등의 프로젝트가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스토리펀딩, 네이버의 해피빈 공감 펀딩 등은 자기가 공감하는 다양한 활동에 기부하는 형태로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세 번째 특징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과 연계돼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투자행위를 통해 수익을 추구할 뿐만 아니라 사회나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나 기업에 투자하려는 '임팩트 투자'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은 세상을 더 빠르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진행된 구글 임팩트 챌린지는 비영리단체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프로젝트 중 10곳을 선발해 총 35억원의 지원금과 1년 이상의 멘토링을 지원했다. 카카오에서 하는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함으로써 '소셜 임팩트'를 실천한다. 즉 좋은 품질의 물건을 만드는 소상공인들의 재고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소물량을 선(先)주문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 덕분에 성수동의 수제 구두업체, 제주도의 수제 잼업체 등이 안정된 판로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단지 기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치는 활동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이은형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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