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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의 體讀]4차 '삶'업혁명 대처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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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스마트카·IoT·AR·빅데이터 등
인간·기계 경계 뛰어넘은 4차 산업혁명
국내 교수 19명 분야별 사회변화상 전망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는 인류 역사와 함께 해 온 해묵은 고민이다. 기술의 발달로 변화의 폭이나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세진 현대사회에서는 고민에 대한 답을 내놓기가 더 어려워졌다.
과학기술이나 경제, 정책, 사회제도 등을 탐구하는 국내 교수 열아홉 명이 세부적으로 주제를 나눠 쓴 책 '호모 컨버전스'는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 상에서 나왔다. '제4차 산업혁명과 미래사회'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최근 국내외에서 화두가 된 4차 산업혁명에서 논의하는 주요 분야별로 나눠 과학기술적 특성을 소개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맞이할 변화상을 전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세계경제포럼(WEF)의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이 올해 초 거론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다보스포럼으로 더 유명한 이 모임은 전 세계 오피니언 리더가 모여 최신 화두를 논의한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하여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대사회는 물론 개개인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호모 컨버전스, 즉 융합형 인간으로 살아가는 게 적절한 대응책이라는 게 이 책을 쓴 저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기 전에 산업혁명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책 서두에 권영전 카이스트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장이 알기 쉽게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흔히 거론되는 산업혁명은 18세기 중반 유럽, 그 중에서도 영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발달이 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을 지칭한다.
이때의 기술발달은 좁은 의미에서 도구의 진화로 이로 인한 생산성의 급격한 증대, 나아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전반에 걸쳐 일어난 변화상을 아우른다. 권영선 학부장은 "이때 발명된 기술로 여러 생산영역에서 기계화가 시작되고 농경사회에서 대량생산 방식의 제조업 기반사회로 전환됐다"며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인한 산업구조와 경제구조의 변화는 사회구조와 정치구조의 변화를 수반했다"고 설명했다.

'호모 컨버전스' 표지

'호모 컨버전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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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거론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원 후를 시작으로 1000년까지 인류의 1인당 소득은 그대로였다. 1000년부터 1820년까지는 서부유럽과 북미쪽을 기준으로 연 평균 0.14%, 0.13% 정도 증가했다. 그러다 1820년 후부터 20세기 후반까지는 대륙별로 1.51%, 일본은 1.93%의 성장률을 보였다. 소득의 많고 적음, 혹은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곧 인류문명의 발전과 등치시킬 순 없다 하더라도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 개인의 삶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18세기 중반에 나타난 현상을 혁명으로 칭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4차'라는 차수로 구분한 건 이후 나타난 몇 번의 생산도구의 진화 가운데 두드러지는 순간을 기준으로 끊은 데 따른 것이다. 산업혁명의 시발이자 1차를 상징하는 도구가 증기기관이라면 2차는 19세기 초반 미국의 자동차업체 포드가 보여준 컨베이어 벨트의 대량 생산체계, 3차는 19세기 중후반 들어 두드러진 컴퓨터와 IT 기반의 자동생산시스템을 꼽을 수 있겠다.

4차 산업혁명은 서로 다른 과학기술들간, 나아가 인간과 기계와의 경계를 넘나들며 파생되는 변화의 양상을 일컫는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스마트카,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AR), 빅데이터 등 이미 구체적인 양태로 드러나는 분야가 4차 산업혁명의 굵직한 가지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불거지기 전부터 이미 글로벌 기업 가운데서는 준비에 나선 곳이 적잖다. 미국의 제조업을 상징하는 GE가 대표적이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지난해 9월 디지털산업기업이라는 비전을 선포하면서 2조원 이상을 들여 대규모 소프트웨어 센터를 만들고 본인이 직접 관장하는 디지털사업 분야의 조직을 갖췄다.

오토바이 회사로 유명한 할리 데이비슨 역시 이 같은 디지털트렌드를 반영해 생산체계를 새롭게 했다. 이 회사는 IoT를 통해 수주나 부품수요관리, 생산계획, 재고관리, 생산진척관리, 배송관리와 같은 일련의 공급망 전체를 하나로 연결한 스마트팩토리를 자국 내에 구축했다. 고객이 특정한 사양의 제품을 주문하면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부품 리스트가 입력돼 생산ㆍ작업지시가 떨어지고 이후 부품재고 확인과 관리, 생산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고급차의 대명사 메르세데스-벤츠의 독일 슈투트가르트공장 역시 대형 차종을 중심으로 고객의 니즈를 곧바로 생산에 반영해 판매하고 있다. 일본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나 스페인 인디텍스의 아만시오 오르테가처럼, 한물간 업종으로 여겼던 '섬유업체'의 수장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거부로 부상한 데는 빅데이터와 생산방식을 절묘히 결합시켰기 때문이다. 시장흐름과 고객의 수요를 파악해 제품을 만들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까지, 과거에는 적어도 수개월부터 1년 정도 걸렸지만 이제는 수일 내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저자 가운데 한 명인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석학교수는 "미국이 주도하는 IoT, 클라우드 컴퓨팅, 로봇, 3D프린터 등 새 기술을 활용한 제조업 혁명의 물결은 더 거세질 것"이라며 "미국 제조업체의 빠르고 과감한 변신노력에 비해 전통적으로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의 변신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더딘 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책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미래의 모습과 함께 고용생태계, 의료, 사법상 쟁점, 성평등 등 구체적인 분야별로 나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리했다. 생리활성화합물이나 재료산업, 물리학 등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서술은 나와 같은 문과 출신은 단번에 읽어내기엔 다소 어렵다. 책 말미에 있는 남북경제통합이나 상속제도, 탄소배출권거래제 등 미래에 변할 법한 사회상을 설명한 부분은 그 자체로 의미 있지만 4차 산업혁명과 연관성을 찾긴 힘들다.

'혁명'이라는 단어가 주는 장밋빛 전망만으로는 제대로 된 준비를 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최근 두달여간 진행한 연수과정에 참여하고 느낀 결론이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변화가 어떤 것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앎의 경중을 따지는 것 못지않게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행동에 옮기는 일도 중요할 터다. 기술의 발달, 공학의 발달, 생산수단의 발달이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고 있는 지점이 더 많은 이익을 위한 자본의 섭리였는지 혹은 인간 노동의 해방이었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변화에 대한 탐구가 중요한 건 나 혹은 우리, 그리고 이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데 일말의 도움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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