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9일 오후 국회에서 가결됨에 따라 앞으로 한국 사회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정치 권력의 변화 뿐만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게 된 계기였던 1987년 6월 항쟁에 버금가는 사회적 변화와 쇄신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우선 박 대통령 탄핵안이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확정되면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 그러나 그 변화는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변혁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미 '국민권력시대'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사회 혁신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필요한 범국민적 의견 수렴과 정치적 절차를 밟아 87년 체제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까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특히 낡은 사회 시스템ㆍ권력 구조의 개편 등 본질적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ㆍ외교 분야에서는 최근 정부가 체결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난해 말 체결돼 실행 단계인 한일 위안부 합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등 현안에서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야권이 강력하게 반대함에도 실행된 정책들이기 때문이다. 야권이 강력하게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실행된 정책들이기 때문이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이 같은 정책들이 과연 유효하게 지속될 지 여부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사드 배치의 경우 중국이 최근들어 한한류(限韓流) 조치를 본격화함에 따라 관광객 급감ㆍ한류컨텐츠 수출 급제동 등 피해가 가시화되면서 유보 또는 재검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통일 분야에서도 조기 대선에 따라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 더 커지면서 금강산 관광ㆍ개성공단 운영 재개 등에 대한 희망이 더 짙어지고 있다.
사회분야에서도 당장 교육부가 추진 중인 역사 국정교과서 도입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부친의 명예 회복 차원에서 대부분의 역사학계 및 야당ㆍ진보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력히 추진해 왔던 터라 이번 탄핵으로 실질적인 동력을 잃게 됐다. 세월호특위 재가동 등 진상 규명ㆍ유가족 농성 해산 등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KBS, MBC 등 공영방송의 중립성 확보 등 언론자유 강화, 친일파 청산, 주요 공기업 민영화 조치 철회, 성과연봉제 확산 등도 조기 대선 돌입시 각각 탄력을 받거나 재논의ㆍ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촛불집회를 계기로 사회적 공감의 폭이 넓은 것으로 확인된 여성ㆍ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 금지ㆍ차별 철폐, 인권 강화 등의 계기로 작용할 지도 주목된다.
사회보장망 확충, 양극화 해소, 교육 불평등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아동, 청소년, 노인들에게라도 일정한 기본소득을 보장해줘서 최소한의 안정된 생활을 하도록 해줘야 한다"며 "정유라 문제에서 드러난 부유층들이 비뚫어진 교육열을 시정해 배우고 싶은 자에겐 누구나 기회를 주는 교육 환경을 만들고 서열화된 주입식 교육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주요 대기업들의 공조가 확인된 만큼 재벌 개혁 등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매우 높아져 지배구조 개선 등 제도적 조치로 연결될 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제도적 조치, 기업 문화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제 개혁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치권이나 권력기관의 변화보다는 시장에서 매일 매일 성과를 평가받는 기업이 변하는 게 더 빠르고 현실적인 대책"이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거부할 수 있도록 이사회가 모든 것을 검토하고 의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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