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만여명으로 추정…日 정부, 상담센터 운영하며 노동력 편입시키려 안간힘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장기간 집에 틀어박혀 사회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일본의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ㆍ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 내각부는 직장이나 학교에 가지 않고 6개월 이상 가족 외 사람들과 거의 교류하지 않은 채 혼자 집에서 지내는 15~39세 남녀가 54만1000명으로 추산된다고 지난 9월 발표했다. 이는 동일 연령대 인구의 1.6%에 해당한다.
아베 총리는 현재 1억2700만인 자국 인구가 1억 미만으로 주는 것을 막고 사회구성원 모두 세계 제3의 경제대국 일본 사회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공약해왔다.
히키코모리 현상의 원인을 하나로 꼬집어 설명할 순 없다. 히키코모리는 학교나 직장 내의 따돌림, 시험이나 입사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가족구성원의 압박 등 여러 요인으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 히키코모리 중 63%가 남성이다.
사회학자인 슈어대학의 아사쿠라 가게키(朝倉景樹) 학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많은 사람이 히키코모리가 되는 것은 자존심 결여 때문"이라며 "부정적인 생각이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고립시켜 상황은 더 악화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일본ㆍ미국ㆍ한국 등 7개국 젊은이들을 상대로 조사해본 결과 일본 청년층의 자기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한다고 답한 일본의 젊은이는 7.5%에 불과했다.
사회의 고령화와 더불어 히키코모리의 나이도 높아만 가고 있다. 일본 서부 시마네(島根)현에 거주하는 히키코모리 가운데 53%, 북부 야마가타(山形)현의 히키코모리 중 44%가 40세 이상이다.
불혹의 히키코모리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이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는 부모가 노년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40세 이상의 히키코모리는 지금까지 부모가 받는 연금 등을 나눠 쓰며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모가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80대로 접어들어 건강에 문제라도 생기면 부모와 히키코모리 자녀 모두의 생활이 파탄날 수 있다.
도쿄 소재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의 이토 리에코(伊藤利江子) 컨설턴트는 "금융지원, 카운셀링 같은 적절한 정책이 뒷받침되면 은둔형 외톨이들을 노동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원이 성공할 경우 산업 전반의 생산력은 높아지고 사회복지 비용은 줄게 될 것이다.
이토 컨설턴트는 "히키코모리 지원에 대한 기존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이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복지정책 수혜자가 납세자로 변신할 경우 그는 평생 7800만~9800만엔(약 8억700만~10억1400만원)의 국가재정을 보태게 된다.
일본 정부의 목표는 히키코모리와 기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이 좀더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곳곳에 상담센터를 설립했다. 사회복지 요원들은 집에서 벗어나기 싫어하는 히키코모리를 직접 방문해 지원한다.
조사대상 히키코모리 중 65% 정도가 정부의 도움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자기가 외부와 소통하지 못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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