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 대규모 감염병 등 미래형 신종 복합 재난 방지 위한 법률 제정 추진 나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영화 '부산행'은 좀비 영화이자 동시에 재난 영화다. 우연히 탈출한 실험실 속 동물이 퍼트린 좀비 바이러스는 급속히 퍼져 나간다. 준비가 없었던 데다 당황한 정부는 국민들에게 "일부의 폭력 소요 사태"라고 속이고 군인들을 동원하지만 바이러스는 어느새 전국으로 번져나간다. 미처 예측하지 못한 형태와 양상으로 진행되는 신종·복합형 재난에 대비하지 못한 탓이었다.
또 다른 좀비 영화 '월드워Z'의 원작 소설 '세계대전Z'(저자 맥스 브룩스)에 묘사된 상황은 더욱 세밀하다. 처음 '남아프리카 광견병'으로 알려진 좀비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됐지만,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한 국가는 거대한 격리 장벽을 설치해 놓은 이스라엘과 섬나라인 쿠바 정도였다. 미국마저 핵폭탄 등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좀비 부대와 전투를 벌이지만 대패해 전국토에 좀비가 넘쳐나게 된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좀비의 창궐에 인류 멸종 직전의 상황에 빠지게 된다.
물론 영화 속 좀비 사태는 가상 현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감염 사태, 세계적인 지카(Zika) 바이러스 유행 등을 감안하면 유사한 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레데커 플랜'과 유사한 계획이라도 세워 놔야한다는 것.
마침 우리나라도 정부가 감염병 대유행, 지진, 정보통신망 마비 등 신종 미래형 복합 재난에 체계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법률 마련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특수재난 위험성 평가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이 법은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특수 재난에 대비해 위험성 평가, 위험 목록 및 시나리오 작성, 관계 기관 역량 진단 및 분석, 역량 강화 계획 수립 및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형 교통 사고, 유해화학물질 등 환경 오염 사고, 감염병, 가축 질병, 원자력안전 사고, 다중밀집시설 및 산업단지 등에서의 대형 사고, 전력ㆍ가스 등 에너지 관련 사고, 정보통신사고 등 8개 유형이 있다. 여기에 사회에 심대한 위해를 끼치는 신종ㆍ복합ㆍ미래 재난으로 다수 부처와 민관이 공동 대처해야 하는 재난도 추가된다.
이 법이 제정되면 정부는 전문위원회ㆍ실무위원회를 만들어 특수재난 관리 역량을 강화한다. 특수재난 위험성 평가 제도도 신설한다. 미래에 다가올 위험 요소를 평가하고, 이를 지역 단위 국가 단위의 목록으로 만들어 별도 관리한다. 관계 부처, 공공기관, 지자체, 민간단체 등의 협업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협업지수'를 만들어 특수재난 관리 협업체계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각 기관ㆍ전문가 등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특수재난 정보공유시스템 구축ㆍ운영과 연구 개발 기능 강화도 추진된다. 안전처는 오는 12월13일 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후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8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경수 안전처 특수재난실장은 "기후변화나 기술 발전 등 새로운 사회 변화에 따라 각종 위험 요인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며 "영화 속 좀비 사태와 유사한 상황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미래의 예측 불가능한 신종ㆍ복합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