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 모두가 더욱 실망하는 것은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박근혜 대통령이 깊숙이 관여해 있다는 것이고, 급기야는 정권에 충성해 온 검찰마저 최순실이 저지른 각종 범죄 혐의와 관련해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판단하고 피의자로 입건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박 대통령이 어떤 범죄들을 더 저질렀는지는 앞으로도 검찰의 조사로 파헤쳐 질 것이고 특검으로 이어지는 조사에서는 더 많은 비밀이 파헤쳐 질 것이다. 지금까지의 조사결과도 믿어지지 않는데 얼마나 많은 비리와 권력형 범죄들이 밝혀질지 상상할 수도 없고 감당도 잘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소문처럼 박 대통령은 "내가 뭘 잘못했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는 전국에서 수백만 명의 촛불시위가 보여준 민심을 그렇게 외면할 수 있는지 국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4900만명의 지지자가 있다고 아부하는 측근의 말을 믿고 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반면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은 정말로 열심히 했다.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청년희망펀드 880억원을 모금했고, 미르·K스포츠 재단에 774억원, 그밖에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지능정보기술연구원, 한국인터넷광고재단, 중소상공인희망재단 등 총 2000여억원이나 되는 돈을 모금했다. 장관들로부터는 대면보고도 잘 안 받으면서 기업을 쥐어짜는 모금에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것이 아이러니 한데, 정작 그 엄청난 규모의 기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는 장막에 가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청년실업으로 고통 받고 있고, 박근혜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창조경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박 대통령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더 이상의 변명과 사과를 하지 말고 깨끗이 마음을 비우기를 바란다. 지금은 대통령이 인의 장막 속에서 시간끌기 대책회의나 할 때가 아니다. 추락하는 대한민국의 위상과 경제와 민생을 회복시키는 일에 발 벗고 나설 새로운 리더십을 준비하고 흐트러진 국가체제를 재정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할 때이다. 그 동안 박 대통령 자신의 정치신조로 수차례 인용해 왔고, 올해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강조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공자님 말씀을 다시금 깊이 새기기 바란다. "신뢰를 얻지 못하면 지도자로 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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