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셰일가스 정책 대비 광구 인수 나설 듯
유럽은 화학ㆍ자동차 업체와 협력 관계 모색할 가능성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SK이노베이션이 미국ㆍ유럽 대기업들과의 새로운 사업협력 모델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글로벌 파트너링'은 SK그룹의 성장전략이다. 지분을 투자해 합작사를 세운 다음 생산ㆍ마케팅ㆍ유통을 함께 추진하는 형식이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파트너링 대상은 중국 시노펙, 일본 JX에너지, 사우디아라비아 사빅,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 등이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최근 "이제는 미국ㆍ유럽 회사들과 '글로벌 파트너링'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미국에서는 셰일가스 분야에서 미국 주요 에너지 기업과 손잡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후에도 정 부회장은 "미국은 세계 에너지업계의 핵심 시장"이라며 "미국 셰일가스 광구 추가 인수 나설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정유업계는 트럼프 당선 이후 셰일가스 광구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짝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SK 이노베이션이 이 시장에 '글로벌 파트너링' 형식으로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운영하는 광구들은 다른 에너지 기업들과 공동 운영하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셰일가스 관련 규제를 풀기 시작하면 미국의 메이저 에너지 기업과 손잡을 기회를 만들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시장의 글로벌 파트너링은 화학, 자동차 회사들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SK이노베이션과 협력한 기업은 스페인의 렙솔이다. 지난해 말 SK루브리컨츠와 함께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이 고급차에 들어가는 윤활기유를 생산하는 공장을 택한 건 유럽에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정유보단 화학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 분야가 주요 사업으로 자리잡은 점을 봤을 때 이 두 분야에서 유럽의 주요 석유화학사나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과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다임러 벤츠 등 유럽 완성차사들과 관계를 돈독히 쌓고 있는 중이다. 벤츠에 공급할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해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새로 지을 2공장은 연간 전기차 4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
한편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에너지ㆍ화학위원장이기도 한 정철길 부회장은 "에너지ㆍ화학위원회와 ICT위원회가 교류하면서 융합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존 사업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갈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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