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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달라는 지도 데이터…"국토보다 중요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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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인터뷰]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이사
구글 '지도 데이터 요청'에 반기 든 이유 조목조목 지적
"빼앗긴 땅은 되찾을 수 있지만, 한번 나간 정보는 되돌릴 수 없어요"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이사는 "지도 데이터가 구글에 넘어가도 우리 회사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구글에 지도 데이터 제공을 소리 높여 반대하는 까닭은 ▲세금을 들여 만든 국가의 지적 자산 ▲국가 안보의 위협 ▲연관 중소기업 악영향 등의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흔히 접하는 지도를 넘겨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이사는 "지도 데이터가 구글에 넘어가도 우리 회사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구글에 지도 데이터 제공을 소리 높여 반대하는 까닭은 ▲세금을 들여 만든 국가의 지적 자산 ▲국가 안보의 위협 ▲연관 중소기업 악영향 등의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흔히 접하는 지도를 넘겨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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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넘겨달라고 우리 정부에 공식 요청을 한지 4개월이 됐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국민의 세금을 들여 구축한 소중한 정보이니 그냥 줘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다. 공간정보는 지금이나 미래에 중요한 먹거리를 창출할 원자재라는 점도 강조한다. 반면 어차피 포털 등에 지도정보가 공개돼 있으니 글로벌 기업이라 할지라도 제공해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맞선다.
정부는 구글의 요청을 받고 목하 고민 중이다. 오는 11월23일에는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20일 이전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달 답변 시한이 닥치자 시기를 연장해둔 터여서, 이번만큼은 가타부타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이런 가운데 한켠에서는 이미 제공해주는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강호인 국토교통부장관의 지난 국감장 발언 때문이다. 강 장관은 "정밀 지도가 반출될 경우 기존 네이버 등과 같은 시장선점 대기업들의 점유율은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창업기회가 높아진다. 우리 입지가 줄어들 순 있지만 우리가 못하는 것을 (구글이) 대신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 쪽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중소기업 육성에 무게가 실린다면 지도 데이터를 넘기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 현명할까. 전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몇조각의 상식만으로 무엇이 최상의 결정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전문가를 찾아 의견을 들어봤다. 1998년 공간정보산업에 발을 들여놓은 후 국산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엔진 개발의 대표기업으로 평가받는 한국공간정보통신 김인현 대표이사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웹3D GIS인 인트라맵을 개발, 국내와 해외시장에 내놓았다. 구글어스보다 7년 앞선다. 현재 서비스 중인 대중교통 길안내, 도로명주소사업, 버스안내시스템, 내비게이션 지도 등 익숙한 지도서비스의 기본틀을 만든 회사다. 김 대표의 목표는 '세계 3대 공간정보통신 전문기업'의 위상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 그가 이 논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궁금했다.

지난 25일 오후 김 대표를 찾았을 때는 한창 바빠보였다. 회사와 가족의 기념일이 겹친 상태였고,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겠다는 회사와 협상이 이어지고 있었으며, 수출을 위한 일본 출장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지도가 무엇인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상식 이하의 수준인 기자를 설득시키려고 3시간 정도에 걸쳐 자세하게 설명했다. 컴퓨터 화면 시뮬레이션을 직접 해주면서 이해도를 높여줬다.
지도 데이터, 지도책 생각하면 오산
수십년 예산·시간 들인 전략 자산


◆지도 데이터는 국토보다 중요한 존재= 김 대표에 따르면 "구글이 넘겨달라는 지도는 국토보다 중요한 존재"다. 흔한 지도책 수준이나, 포털 화면에서 길을 찾기 위해 보는 평면 또는 3차원 지도를 의미하는게 아니다. 구글은 '지도 데이터'를 원하고 있다. 국토의 곳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지점들의 위치나 속성 등을 담은 데이터를 뜻한다. 속성은 길인지, 건물인지 등을 구분한다. 같은 길이더라도 진행방향이 어떻게 되는지를 촘촘하게 코딩해 놓은 것이다. 건물이라면 몇층짜리인지가 코딩돼 있다. 자율주행차나 드론이 자유롭게 운행되려면 이런 코딩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이 정도에서 판단해보면 "포털 등에 지도가 공개돼 있고, '구글 어스' 같은 서비스도 있으니 지도 데이터를 넘겨줘도 무방하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다. 일반인이 흔히 접하는 지도는 그야말로 사진이나 영상 같은 것이고, 구글이 원하는 것은 함축된 정보가 반영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도 데이터는 구축하는데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국가예산을 수조원 들여가며 수십년간 지도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그럼에도 아직 과제는 많이 남아있는 상태다. 정부는 장기계획을 갖고 추가로 수조원을 들여 데이터를 만들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런 공간정보를 외국 기업에, 그것도 공짜로 넘겨주면 어떤 결과가 될 것인가. 김 대표는 두 가지 점을 분명히 한다. 우선은 우리 산업계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포털과 지도제작업체 등 공간정보산업이 타격을 받게됩니다. 검색엔진에서 기술적 열세인 우리나라 포털들이 그나마 우위에 있는 부분이 지도 서비스입니다. 구글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한다고 하면 결과는 쉽게 예상할 수 있어요. 토종 SNS인 싸이월드가 페이스북에 밀려 잊혀진 것을 대표적인 사례라고 들면 이해가 될 수 있을까요." 스타트업 창업기회가 높아진다고 한 강 장관의 말과는 배치된다. 김 대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들어오던 때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이파이 기반 위치추적 관련 토종 전문기업이 망했다고 전했다. 창업벤처부터 구글지도를 사용하면 종속이 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공과 민간부문의 수많은 홈페이지에서 구글 지도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공간정보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의 산하 공공기관에서도 구글 지도를 채택하는 바람에 독도나 동해 표기가 엉터리가 돼 있다는 점이 지난번 국정감사장에서도 지적돼 화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구글 지도가 홈페이지상에서 쉽게 구동된다는 점에서 다른 기관들도 손쉽게 채택하고 있지요. 지도 데이터가 넘어가면 이런 현상이 더욱 촉진될 겁니다. 구글에 지도사용 서비스료를 지불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표기가 되지 않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장기적으로는 지도를 사용하는 전자, 자동차, 물류택배, 조선, 항공, 국방, 부동산 등의 산업 경쟁력이 모두 종속될 것이라고 했다.

"구동 쉬운 구글지도 확산 도울 땐
글로벌 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수조원 들여 축적해놓고 넘기면 국익ㆍ안보 위협= 김 대표가 강조하는 바는 '국익'과 '안보'로 연결된다. "지도 데이터는 디지털 전략자산입니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구축한 것을 외국의 사기업에 그냥 넘겨주는게 합당한가요. 우리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자산을 거저 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겁니다. 더구나 남북이 대치돼 있고 북한의 핵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데, 정밀한 지도 데이터를 개방해서는 안 될 일이죠. 데이터는 복제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외국 기업의 복제 여부를 확인할 길도 요원한 것 아니겠어요."

이렇게 본다면 김 대표의 말대로 지도 데이터는 산업과 국방 등의 측면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며 함부로 내줘서는 안 되는 우리의 고유 자산이다. 김 대표는 "UN에서도 지도 데이터의 생산과 관리 등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권유하고 있다"면서 "빼앗긴 국토는 되찾을 수 있지만, 한번 나간 정보는 되돌릴 수 없다"는 표현으로 심경을 대신했다. 지도 데이터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마당에 더 깊은 고민을 해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개별국가간의 이익과 자국산업 보호라는 측면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공간정보 활용이 늘어나고 있기에 데이터 제공자들의 이익에서 사생활 침해를 보호하는 강력한 정책과 법적 체계를 정비하는 부분도 과제라고 봤다.

다행히 지도 데이터 등 우리의 공간정보산업 기술수준은 높다고 한다. 김 대표는 "최근 20여년간 꾸준히 투자를 해온 덕분에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라면서 "하지만 실내ㆍ외 3차원 라이브 DB구축 기술은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고 했다. 지하공간이나 실내공간 지도 역시 필요성이 높고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가야 한다고도 했다.

공간정보에서 파생되는 산업은 무궁무진하다. 지리정보시스템(GIS,)의 개념에서 주위의 상황정보, 실시간성, 사물 활용이라는 측면이 아우르게 되면서다. 김 대표는 "포켓몬고 등의 게임은 물론 자동차와 드론 등 일상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기반기술이 공간정보"라며 "정부가 '창조경제'의 대표 산업으로 거명하고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만큼 소중한 가치를 보호하는 데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현 대표는…
김 대표(사진)는 대구대에서 조경학을 전공한 후 한양대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는 지금의 생업과 직접 관련되는 지역정보체계(GIS) 분야, 박사는 도시공학을 전공했다. 주요 이력은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표준품질선진화포럼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이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감사로 재직 중이다. 이전에는 한국SW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전문가로서 특허와 프로그램을 여럿 출원했다. '지리정보시스템과 자동여론조사시스템을 이용한 선거관리 시스템 및 방법'이나 '영상상의 교통 시설물의 픽셀 사이즈 및 위치를 이용한 차량 위치 추정장치 및 그 방법' 등이 눈에 띈다. 한때 100명 넘는 직원이 동시에 그만두는 바람에 역경을 겪기도 했다. 10년 전보다 매출규모는 10배 정도 줄었지만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강소기업'으로 정착시켰다.




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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