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일부에서만 과열된 것…"시장 자율조정 기능 맡겨야" 지적도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방법론으로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과연 효과가 있을 것이냐는 부분은 물론 과거 사례를 들어 오히려 투기 심리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평가까지 다양하다.
우선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풍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두성규 연구위원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 투기과열지구 제도를 만들어 지정한 적이 있다"면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정도면 이미 그 지역 집값은 오를 대로 오른 상태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이미 오른 가격을 인위적으로 내리거나 할 수 있는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인접지역에서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기 전에 가격상승을 반영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 풍선효과처럼 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김덕례 연구위원도 "강남 재건축 시장이 수백대 일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시장과열이 아니냐 우려하는데 이게 정말 우려할만한 상황인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강남 재건축시장을 청약경쟁률만으로 과열됐다고 평가하기보다는 좀더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저금리 상황의 장기화, 풍부한 유동자금, 불투명한 경제전망 등의 상황이 맞물리며 부동산 같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짙어져 시중자금이 강남 재건축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금융위기 이후 유예된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 징수가 내년으로 예정돼 있어 사업장 입장에서는 그 전에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낼 수 밖에 없는 환경도 작용했는데, 이 틈을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파고 들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이 1% 이하여서 부동산 시장 전반이 과열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강남 재건축 시장의 경우 일반분양 물량이 몇 가구 되지 않기 때문에 빚어지는 착시현상이고 서울 주택보급률은 90%정도, 서울에서 집을 가진 사람이 40% 수준이기 때문에 과열이 아니라 수요가 충분하다고 보는 편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김 연구위원은 "서울의 경우 유휴부지가 없기 때문에 신규주택공급이 재건축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이 작동하도록 놔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지 않아도 내년까지 예고된 악재들이 많다"며 "금리인상 얘기도 나오고 있고 특히 내년부터 내후년까지 전국에 예정된 분양물량만 72만가구여서 공급이 넘치면서 자연스레 주택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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