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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대통령 취임 100일…7대 공약 현주소

최종수정 2016.10.14 09:00 기사입력 2016.10.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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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전쟁'에서 2만2000명 체포, 73만명 자수…"범죄 49% 줄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줄곧 전개 중인 마약전쟁으로 지금까지 3600명 정도가 경찰이나 자경단에 의해 사살됐다. 체포된 마약 관련 용의자가 2만2000명을 웃돌아 교도소들이 포화상태인 가운데 마닐라 동북쪽 케손시티교도소의 옥외 농구장까지 수감자로 꽉 들어차 있다. 지난 8월 7일 마닐라에서 마약사범 소탕작전 중 체포된 용의자들은 머리에 손을 얹은 채 쭈그리고 앉아 있어야 했다. 이튿날 케손시티 시민들은 초법적 처형을 중단하라며 촛불시위에 나섰다. (사진=AFPㆍAP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줄곧 전개 중인 마약전쟁으로 지금까지 3600명 정도가 경찰이나 자경단에 의해 사살됐다. 체포된 마약 관련 용의자가 2만2000명을 웃돌아 교도소들이 포화상태인 가운데 마닐라 동북쪽 케손시티교도소의 옥외 농구장까지 수감자로 꽉 들어차 있다. 지난 8월 7일 마닐라에서 마약사범 소탕작전 중 체포된 용의자들은 머리에 손을 얹은 채 쭈그리고 앉아 있어야 했다. 이튿날 케손시티 시민들은 초법적 처형을 중단하라며 촛불시위에 나섰다. (사진=AFPㆍ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71)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 이후 그가 지금까지 필리핀을 뒤흔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잇따라 터지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막말이 언론 매체들을 장식하고 한창 전개 중인 마약전쟁으로 지금까지 3600명 정도가 경찰이나 자경단에 의해 사살됐다. 그렇다면 그의 주요 대선 공약은 어떻게 돼가고 있을까.

아테네오대학 마닐라 캠퍼스의 세군도 로메로 개발학 강사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충격과 공포감을 안겨주고 있다"며 "그러나 실질적인 정부 운영에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 제2의 도시 다바오 시장 출신인 그는 경제성장률이 7% 안팎에 이르는 필리핀의 대통령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수도 마닐라의 지옥 같은 교통혼잡, 열악한 인프라, 높은 범죄율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인기도는 매우 높다. 여론조사업체 펄스아시아가 지난 7월 조사해본 결과 그에 대한 신뢰율이 91%를 기록했다. SWS의 지난달 하순 여론조사에서는 76%가 그에 대해 만족을 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는 응급환자 이송에 쓰라며 국적 여객기를 이용하고 티셔츠 같은 격식 없는 복장으로 현장에 나타나 직설 화법을 구사하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하지만 최근 몇 주 사이 필리핀 시장에서 빠져나간 투자자들을 다시 끌어들여야 한다.

에르네스토 페르니아 경제기획장관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조급해진다"며 "이는 두테르테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말한 바 있다. 모든 일을 속히 해결하려 든다는 것이다.

◆마약과 범죄=두테르테 대통령은 입버릇처럼 마약ㆍ범죄 퇴치로 일반 국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지난 6월 "오랫동안 마약 범죄자들에게 마약 사용을 중지하라고 경고해왔으나 마약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그들은 죽음을 자초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마약퇴치운동으로 지금까지 체포된 마약 관련 용의자가 2만2000명을 웃돈다. 자수한 용의자는 73만1000명 정도다. 피살된 용의자 중 절반은 경찰에게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들은 무고한 시민이나 단순한 마약 중독자까지 죽임을 당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는 마약이 근절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은 잇따라 필리핀의 인권상황에 대해 우려하며 초법적 처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막말로 대응했다.

로날드 델라 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필리핀 전역을 마약 청정지역으로 만드는 게 두테르테 대통령의 목표"라며 "범죄 건수가 49% 줄었다"고 자랑했다.

◆부패 근절=두테르테 대통령은 공무원들의 부패도 척결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자기와 각료들을 '각하'라는 경칭으로 부르지 말라고 당부한데다 고위 공무원들에게는 호화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지 말라고 촉구했다.

두테르테는 대통령 취임 이후 뇌물에 눈이 먼 경찰 고위 간부들, 자기의 영향력으로 사업 이익만 꾀하는 재벌 인사들을 줄곧 비난해왔다. 그는 지난 8월 거액의 세금 탈루 용의자들에게 "당신들 이름이 언론 매체에 오르내리면 체포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정부의 조달과정을 단순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뇌물이 오갈 수 있는 단계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관세청에는 통합징수국이 신설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방정부들에 몇 주나 걸리는 신규 사업 등록 기간을 이틀로 단축하고 일부 조달을 자동화하라고 당부했다.

라몬 로페스 무역공업부 장관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 현재 조사대상 지방정부 1389개 가운데 70% 이상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당부를 따르고 있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대통령궁 대변인은 마약 소탕전이 극적인 진전을 이루고 부패척결운동으로 사업 인가 절차가 간소화하는 등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환경 훼손=두테르테 대통령과 지나 로페스 환경천연자원부 장관은 광산 업체들에 환경 법규를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그러지 않을 경우 광산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은 세계 최대 니켈 광석 공급국이다. 이는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돼 스테인리스스틸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첫 현장 점검 결과 10개 광산이 가동 중단되고 20개 광산은 시정 명령을 받았다. 환경천연자원부의 레오 하사레노 환경국장은 "가동 중단 여부가 최종 결정되기 전 경고 대상 업체들에 서한을 보내 소명 기회까지 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고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은 문 닫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필리핀 광산업협회의 필립 로무알데스 회장은 "250억달러(약 27조9400억원) 규모의 투자가 보류된 상태"라며 "광산이 문 닫을 경우 일자리 75만개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통 지옥=필리핀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지옥 같은 교통혼잡과 열악한 대중교통 환경으로 고통 받아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를 최근 풀었다. 마닐라의 고가철도 세 노선 중 두 노선을 서로 연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구간별로 민자기업에 도로 건설을 허용하고 주요 간선도로에서 지방버스 운행을 금하며 지하철 운송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긴급권한도 요구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는 아직 없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인프라 건설에 중국 자본을 끌어들였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나 이는 남중국해 영토분쟁으로 베니그노 아키노 전임 대통령이 꺼렸던 일이다.

필리핀 대통령 취임 100일…7대 공약 현주소

◆경제개혁=하원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을 지지하는 진영의 수장인 판탈레온 알바레스 의원은 "경제개혁이 빈곤층에게 이익을 안겨주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 없다"고 말했다. 알바레스 의원은 내년 중반 개인 소득세와 석유제품에 대한 조정소비세 인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재무부는 세제 개혁안을 제출했다. 카를로스 도밍게스 재무장관은 "좀더 공정하고 단순하며 효율적인 세제 개혁 없이 정부의 목표를 달성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목표는 빈곤율을 현 26%에서 6년 뒤 17%로 줄이는 것이다. 한 세대 안에 필리핀을 고소득 국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도밍게스 장관은 이를 두고 "결코 꿈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꿈이 현실화하려면 향후 한 세대 동안 성장률을 7%대로 유지해야 한다.

필리핀 경제는 올해 1분기 6.8%에 이어 2분기 7.0% 성장했다. 필리핀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목표치 6~7%보다 높은 6.5∼7.5%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두테르테 정부의 정책 불안정성, 유혈 마약 소탕전이 현지 경제와 투자등급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말 필리핀의 페소화 가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 공세 등으로 7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필리핀의 성장률을 6.4%로 전망하고 당국에 정책 신뢰 환경 조성도 촉구했다.

◆일자리 창출=필리핀 경제를 떠받치는 것 중 하나가 해외 진출 근로자들이 보내오는 돈이다. 경제성장으로 실업률은 5.4%에 묶여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일자리의 질과 임금 수준을 개선하겠노라 약속했다.

필리핀 정부는 지금 최저 임금에 대해 연구 중이다. 실베스트레 베요 노동고용부 장관은 "임금격차로 인구이동이 빈번해져 마닐라 인구가 폭증하고 있다"며 "이는 다른 문제들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필리핀 정부는 올해 안에 비정규직 근로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요 장관은 "필리핀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게 두테르테 대통령의 목표"라며 "내국인ㆍ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민다나오섬의 평화=무슬림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남부 민다나오섬에서 40년 넘게 이어져온 분쟁 탓에 민다나오는 필리핀 최악의 빈곤 지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헤수스 두레사 대통령 평화협상 고문은 "평화협상에서 포괄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6일 반군과 필리핀 정부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평화협상을 마무리하면서 무기한 휴전이 발표됐다.

그러나 평화 달성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인질 석방 약속을 지키지 않은 반군조직 '아부사야프'와는 협상하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다.

두레사 고문은 "우리가 지금 얻을 수 있는 것은 이정표밖에 없다"며 "평화건설은 평생 지속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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