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작가 신이철 25일까지 개인전
40-50대의 감성 담은 공예작품 선보여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아재 문화'의 유머 코드가 저변에 깔려 있다. 요즘 같은 반응은 우연치 않은 타이밍이다. 사실 10년 전부터 '배나온 태권보이' 시리즈를 시도했다. 아재(아저씨의 낮춤말)들은 물리적으로 나이가 들 뿐, 정신적으로는 청춘이다. 스스로도 작가로서 철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텔레비전에서는 아재 개그, '키덜트(Kid+Adult)' 등의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40~50대가 향유하던 그들만의 문화가 새롭게 각광받는다. 가장의 무거운 짐과 세상풍파로 찌들었지만 중년의 가슴은 언제나 따뜻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외형은 계속 늙어가지만 여전히 그들 나름의 꿈과 희망이 있다.
태권브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2D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아재 문화를 대표한다. 신 작가도 남다른 애착을 보인다. 그런데 그 옛날 날렵함은 온데간데없다. 그는 "40년 이상 봐온 늙은 캐릭터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다 보니 어느 순간 과거 영웅의 모습은 퇴색하고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고루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를 복원하고 재해석해 새로운 이미지로 바꿔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어렸을 적 내게 영웅과 같은 존재다. 50대 중년의 모습을 담은 자화상이라서 동질감이 배어있다"고 했다.
그는 공예를 "하나의 억압된 틀이자 벗어나고 싶은 형식"이라고 말하면서도 '왜 흙을 만지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도예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흙을 만지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흙을 선택한 것이다. 예술가는 멈춰있으면 안 된다. 자신만의 색과 철학, 이른바 작가의 정체성도 다잡아야 한다"고 했다.
올해 선보인 청화백자사이보그용문대호에는 이런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멀리서 보면 조선시대의 백자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있는 사이보그용이다. 화려한 색채와 흙 특유의 따스한 느낌이 묘하게 얽혀 있다. 신 작가는 "미래와 복고에 관한 문제다. 전승(傳乘)과 전통(傳統)의 의미는 분명히 다르다. 도자기라는 원형의 가치 속에서 전승이 아닌 전통의 미학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전승은 과거 문화의 재연을 뜻하지만, 전통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조선 백자 역시 당시에는 매우 파격적이고 세련된 시도였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상반된 가치를 만나게 함으로써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도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신 작가의 작품들은 현대 공예의 단면을 보여준다. 재료의 다양한 탐색을 통한 감각적 형태의 조형작업이다. 이번 개인전 'cyborg-思利寶具(사이보구)'에는 '사이보그 뮤지엄' 프로젝트로 청화백자, 사이보그, 추억 속 로보트 태권브이 등 복고 캐릭터들을 주제로 한 신작 약 스무 점이 공개된다. 오는 25일까지 삼청동 아트파크.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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