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경제학박사인 그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것은 여러 사정상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여러 지표들은 우리나라가 위기로 서서히 가라앉는 난파선과 같음을 경고하고 있다. 1257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경제의 뇌관이 됐고, 부동산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비는 10월 이후 절벽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노동계 파업과 삼성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로 수출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사방이 지뢰밭이다.
우선 수출은 8월 반짝 회복했으나 9월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문제는 세계 교역량 감소로 우리 수출이 회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국이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할 정도로 경제가 좋아졌다지만 주로 내수 서비스 업종이 이끄는 회복세여서 한국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1 교역상대국인 중국의 완제품 수출이 계속 줄어들면서 대중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에 계속 악재로 작용할 게 확실하다.
수출 부진에도 우리 경제가 간신히 버틴 것은 급증한 건설투자 덕분이었다. 그런데 지금 부동산 시장은 과열 상태다. 서울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이 최근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어섰고 서울 중소형 아파트 실거래가 10억원을 웃돌고 있다. 이 같은 부동산 과열은 완화 위주로 펼쳐온 부동산 정책과 3년 넘게 펴온 저금리정책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 집에 돈이 잠기고 있으니 소비가 살아나고 내수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만약 집값이 하락세로 방향을 틀 경우 그 충격과 부작용은 불을 보듯 훤하다.
그렇지만 이제 금리를 낮추면 돈이 풀리고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착각’을 버릴 때가 됐다. 최저 금리에도 돈이 은행 금고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를 곱씹어보라.
정부가 경기부양의 금과옥조로 여기는 금리·통화정책 카드의 약발은 다했다.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유연한 재정·통화정책으로 미국 금리 인상이 줄 단기 충격을 줄이는 것은 그 첫걸음일 것이다. 소비를 활성화해 기업 투자와 생산을 촉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산업구조를 뜯어고치고 좀비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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