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학살의 주역이자 군사 독재자였던 전두환의 호를 딴 일해(日海) 재단도 재벌들로부터 돈을 걷었다. 전두환의 충복이자 안전기획부(안기부) 부장인 장세동은 5공 청문회에서 강제모금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청문회에 출석했던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내라고 하니까 내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아서 냈다"라고 진실을 털어놨다.
이러한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우리는 미국처럼 될 수 없는 것일까? 분명히 군사독재 시대가 아니라 민주화가 이뤄진 시대인데, 기업들이 '임금님 재단'에 납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한국 자본주의의 '원천기술 보유자'는 박정희다. 박정희가 만든 한국경제는 관료주도 계획경제였다. 강력한 독재자가 관료에게 지시하면, 관료는 다시 재벌에게 지시하고, 재벌이 중소기업에게 지시하는 경제체제였다. 즉, 수직적 상명하복에 의한 톱다운(Top-Down) 방식의 경제체제였다. 박정희의 경제체제는 1970년대에는 가장 진취적인 모델이었다. 한국경제 성공에 기여했다. 그러나, 박정희가 만든 한국의 관료체제, 기업지배구조, 경제체제에는 '독재자와 그 시대'의 흔적이 깊게 새겨져 있다. 중앙집권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관료-경제체제이다. 이는 아래로부터의 혁신이 중요시되는, '최초의 선도자(First Mover) 모델'과는 상극관계 혹은 적대적 관계이다.
최병천 정책혁신가, 전 국회의원 보좌관